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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테브스크 위에서, 마르크샤갈, 1918

오늘처럼 눈내리는 날, 작품의 초안을 잡고 난 뒤에 샤갈은 벨라에게 말합니다. “내일 또 와주겠어? 다른 그림을 그릴 거야. 우리가 함께 날아다니는 그림을.” 그리고 그려진 그림입니다. 소박한 목조 건물들. 멀리 보이는 교회, 목책, 울타리 옆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일을 보는 남자.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려지는 러시아의 조그만 유태인 마을 비테브스크의 겨울 풍경입니다. 그리고 이 풍경 위를 날아다니는 두 연인은 바로 샤갈과 벨라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하늘을 나는 환상,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꿈꾸는 최고의 환상일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고향 비테브스크의 풍경, 이 그림 속에 이미 샤갈이 앞으로 그릴 그림의 모티브는 모두 다 담겨 있습니다. 샤갈의 작품 세계의 윤곽을 결정지은 것은..

미술 2024.01.10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1818

지금 당신은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살아지고 있는가?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어느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된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가치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네가 온전히 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기위해서는 너와 네가 사는 세상을 낯선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기위해서 말이다. 삶은 등산과 같고 친구는 그 등산길의 동료와 같다. 등산로 입구에서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들 가 버렸는지 올라갈수록 인적은 드물어지고 그리고 외로워진다. 설사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걸을..

미술 2024.01.08

모네, '인상, 해돋이', 1872

孔子三計圖云, 一生之計는 在於幼, 一年之計는 在於春, 一日之計는 在於寅, 幼而不學이면 老無所知요, 春若不耕이면 秋無所望이요, 寅若不起면 日無所辦이니라. 공자께서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어떠한가? 클로드 모네(1840~1926), 그가 고향인 르 아브르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이미 1년전에 돌아가셨고, 여러 도시들은 보불전쟁후 폐허상태나 다름없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전쟁의 상처로 인한 비참함, 미래에 작가로서 불안감이 깊었다. 그로서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가 되는 힘든 시기였다...

미술 2024.01.05

에바알머슨, Choosing The Dress, 2021

새해 첫 날,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고 했다. 즉, 삶은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은 그림 속 주인공이 입은 옷을 통해 선택의 책임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살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는데, 우리가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 어떠한가? 에바 알머슨은 삶 속에서의 이러한 선택을 ‘옷’에 비유했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보여줄지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어떤 옷을 걸칠지, 어떤 옷을 벗어 던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어떠한가? 새로 시작된 한 해, 당..

미술 2024.01.02

밀레, 만종, 1859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당신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소망하는가? 만종’(晩鍾)은 저녁에 드리는 기도로, 화가 밀레는 하루 일과를 마친 부부가 멀리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두 부부는 집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남들이 이미 다 수확하고 난 뒤의 감자밭에 남아 있다. 이들은 삼종기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들은 모자를 벗고 겸허하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머리를 보면 오랜만에 모자를 벗었는지 모자에 눌린 자국이 머리에 선명하다. 그리고 그가 입은 바지는 길이가 짧고, 신발도 밭을 갈면서 신을 수 있는 용도의 것이 아니다. 여인의 모습 또한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떠한가? 그림속 두 부부의 가난한 모습과 고된 노동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

미술 2024.01.01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국보 제180호, 세한도, 김정희, 1844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하얀 날, 당신에게도 세한(歲寒,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마음이 남아 있는가? 환갑을 바라보던 1844년 추사(완당) 김정희(1786~1856)는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중에 그의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그림과 편지를 보낸다. 세상의 도도한 풍조는 오로지 권세가와 재력가만을 붙좇는 것이다. 이들 책을 구하려고 이와 같이 마음을 쓰고 힘을 소비하였는데, 이것을 권세가와 재력가들에게 갖다주지 않고 도리어 바다 건너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 하고 있는 나에게 마치 세인들이 권세가와 재력가에게 붙좇듯이 안겨주었다. 사마천(司馬遷)이, “권세나 이익 때문에 사귄 경우에는 권세나 이익이 바닥나면 그 교제가 멀어지는 법이다” 하였다. 그대 ..

추사 김정희 2023.12.31

귀스타브카유보트,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1877

당신의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 19세기 후반, ‘파리의 화양연화’ ‘벨 에포크Belle Epoque(아름다운 시절)’, 역사에서는 1890년부터 1910년대 초까지의 파리를 말한다. 이 기간 동안 프랑스는 근 100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평화를 누렸다. 18세기 프랑스는 왕정 시대의 몰락을 가져온 프랑스 혁명, 루이 16세의 처형, 왕당파와 혁명파의 격돌, 혁명파의 분열이 계속되면서 단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었다.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프랑스는 왕정으로 다시 복귀했다. 나폴레옹이 벌인 전쟁은 지난했다. 1804년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1815년 빈 회의로 유럽의 새로운 질서를 개편할 때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프랑스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빈 체제 역시 평화는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1848년 혁명의..

미술 2023.12.20

자화상(Self-portrait), 렘브란트(Rembrandt), 1655

거울속 당신의 얼굴 그 얼굴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평생에 걸쳐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에 골몰 했었다. 그는 자신을 동양의 왕자로, 방탕한 귀족으로, 사도 바울이 되었다간 예수를 처형하는 형리로, 또는 거리를 전전하는 거지로 분장시켜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린 자화상과 초상화를 합한 작품이 무려 70여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초상화를 그린 작가는 미술사에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자화상이었을까? 단순한 자아도취로 인해 자신을 미화시킨 것이라 보기엔 평생에 걸친 그의 열정이 너무 진지하고도 깊다. 이렇게 많은 자화상과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은 단지 기념비적인 의미를 넘어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루벤스와는 달리 비참하고 궁핍한 말년을 보냈던 렘브란트는 더욱더 인간의 내면..

렘브란트 2023.12.19

르누아르, 부지발에서의 춤, 1883

때는 19세기말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의 뮤즈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수잔이 몽마르뜨에 입성하던 날 화가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는데, 당시 수잔은 르누아르 보다 무려 26세나 어린 나이였었다. 그런 그녀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르누아르의 모델로 활동하게 되는데 종국에는 연인으로 지내게 된다. 르누아르를 만났을 당시 수잔의 나이는 20세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르누아르 그림은 봄날의 미풍처럼 포근하다. 그의 그림에서 발라동은 수줍고, 싱그러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거기엔 도시 뒷골목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가? 오늘 당신의 삶이 녹록지 않은가? 그렇다면 백오십년전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수잔발라동을 포근하게 그려냈던 르누아르의 마음을 ..

미술 2023.12.13

로댕, 입맞춤, 1882

이루지 못한 사랑에, 아파해야 하는가? 위로받아야 하는가? 로댕의 입맞춤, 사랑에 빠진 젊은남녀가 상대를 제 몸처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단테가 지옥에서 마주친 비극적인 연인이다. 13세기 단테가 살았던 이탈리아의 이야기다. 라벤나의 영주는 18세의 아름다운 딸 프란체스카를 옆 도시 리미니의 영주 지안치오토에게 시집 보내려 한다. 성정이 포악한 데다 다리를 절었고 추남이었던 지안치오토는 프란체스카가 결혼을 반대할 것을 염려해 수려한 용모를 지닌 자신의 동생 파울로에게 대신 맞선을 보도록 했다. 프란체스카는 파울로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리미니에 도착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프란체스카는 절망의 나날을 보낸다. 유일한 기쁨이 있다면 성안에서 가끔씩 파울로를 지켜보..

미술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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