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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3

김환기, 영원의 노래, 1957

당신에게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환기는 현실을 초월한 세계, 영원의 세계를 지향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전쟁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체득한 현실에 대한 환멸과 체념, 그래서 전통과 자연으로 상징되는 영원의 세계 혹은 초월의 세계를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1963년 뉴욕으로 건너갔고 그때까지의 형상을 더욱 요악하고 내면화시켜 점 선 면 같은 완전한 추상으로 나아갔다. 추상화는 변화무쌍한 현실과 절연된, 영원히 변치 않는 조형세계인 것이다. 달처럼 둥근 항아리를 모으다가 그것들이 수년 전에 다 없어지고 말았다. 이제 다시 모을 정력도 경제력도 없지만 심심할 때면 무심코 펼쳐든 도록 속에는 체넘해 버렸된 무수한 항아리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고향이 그립듯이 그런 생각에 젖는다. 항아리만을 그리다가 달로 옮..

김환기 2023.09.02

김환기, 달 두개, 1961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십니까? 보슬비가 나립니다. 새벽부터 보슬비가 나린답니다. 이 비에 쑥 잎뜨고 할미꽃 정이 솟고, 보리밭 푸르러지면 노오란 나비 날 겝니다. 봄은 강남에서 온다는데 그 강남이 어딘지, 아마 우리 섬이 강남이라면 서울의 봄도 우리 섬에서 보내드린 것입니다. 환기와 동림, 둘의 결혼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혼에 세 명의 자식까지 딸린 환기를 동림의 집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고, 환기의 집안 역시 과부인 동림을 받아들일 수 없었죠. 그렇지만 이런 난관이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진 둘의 결합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집안의 반대앞에 동림은 성을 버리고, 이름을 바꿔 새로 태어나기로 합니다. 김향안, 환기의 성(김)과 환기의 아호(향안)를 받아 변동림은 김향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호를 ..

김환기 2023.08.25

김환기,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1970

고향, 당신에게는 무엇입니까? 김환기는 뉴욕시절 단색으로 점 하나를 찍고 네모꼴로 둘러싸는 것을 서너번씩 하며 물감이 번져나가게 하기를 수행하듯이 수천 번 반복한다. 무엇이 이러한 수고와 인내를 가능하게 했을까? 이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서양의 모노크롬처럼 보이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한 건 개념적인 게 아니라 바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향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는 삭막한 뉴욕에서 고향의 자연 산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산이 없어서 마천루의 고층 건물 위쪽으로 해가 저무는 삭막한 뉴욕에서 낭만을 잃어버린 그가 의지할 곳은 오직 밤하늘의 별이었다. 밤하늘의 별만큼은 고향에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작업실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종신수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

김환기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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