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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5

이중섭 , 흰소 , 1954

당신은 이중섭의 '흰 소'를 본 적이 있는가? 우직하고 성실한 소, 흰 소는 백의민족이었던 한국을 의미하고, 말라 피골이 상접해 있는 모습은 당시 6.25 전쟁 이후로 먹고 살기 힘들었던 대한민국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흰 소는 화가 이중섭의 자화상이자 한국인의 삶과 기상을 상징한다. 태산 같은 힘, 멈춰 있지만 움직이는 것 같고 입과 코가 벌름거리면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캔버스를 박차고 당장 뛰쳐나올 것처럼 역동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흰색으로 표현한 굵은 골격과 근육에서 강렬함이 전해지지만 악의가 없는 온순함과 우직함이 배어난다. 화가 이중섭은 평양의 유력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 이진태는 상업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이중섭은 일본 도쿄..

이중섭 2023.10.22

이중섭, 달과 까마귀, 1953

당신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둥근 보름달이 떠 있는 푸르른 하늘. 무리를 향하여 내려오는 까마귀 한 마리, 맨 오른쪽 까마귀가 날아오며 무리를 향해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화면 중앙에 앉아 있는 녀석은, 몸은 무리 쪽으로 향하면서 고개는 날아오는 녀석 쪽으로 돌려 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맨 왼쪽 녀석도 아래쪽을 보면서 마치 오라고 부르듯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남덕 군 그동안도 건강한가요? 덕분으로 일주일쯤 전에 무사히 서울에 닿았소. 6월 25일부터의 대한미술협회와 국방부 주최의 미전[경복궁 미술관에서 열림. 를 출품해 큰 호응을 얻었다.]에 석 점을 출품했소. 모두 100호, 50호크기의 작품들인데, 아고리의 작품 세 점이 제법 좋은..

이중섭 2023.06.26

이중섭, 황소, 1953

혹시나 이중섭의 붉은 황소, 우리의 황소를 본적이 있는가? "내 소는 싸우는 소가 아닌 고생하는 소, 소 중에서도 한恨의 소이다!"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느꼈던 그리움과 사랑, 몸서리치도록 지긋지긋했던 가난,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삶에 대한 투지 등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작품, 이것은 화가 이중섭의 영혼이 담긴 분신과도 같은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는 이중섭이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인 1955년 첫 개인전에 출품되었던 오십여 점의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 출품작들이 대부분 1954년 통영에서 머물며 그렸던 작품들인것으로 보아 역시 1954년 통영에서 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전이 끝난 후에 친구 김광균 시인이 출품작 중 팔리지 않은 이십여 점의 작품을 자신의 ..

이중섭 2023.05.10

이중섭, 구상의 가족, 1955

당신에게는 보고싶은 가족이 있습니까? 1955년 화가 이중섭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서울 미도파 백화점 전시회와 대구 미국공보원 개인전을 통해 1952년 일본으로 떠나보낸 일본인 부인과 두 아들을 만나러 갈 여비를 마련할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작품은 어느 정도 팔렸으나, 구매자가 돈을 주지 않거나 작품을 빼돌리는 통에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대구에서는 출품작이 춘화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져 경찰이 철거할 것이라는 풍문까지 떠돌았다. 일본에 갈 길은 멀어지고 그의 심중은 실망과 한탄으로 가득했다. 이중섭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말수도 크게 줄었다. 낙심한 채 경북 왜관에 있는 구상의 집과 대구에 있는 최태응의 집을 전전했다. 화가 이중섭은 서울로 돌아온 뒤 이..

이중섭 2023.04.29

돌아오지않는 강, 이중섭, 1956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은 참으로 소박한 욕구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버거운 일이다. 화가 이중섭에게 또한 그러했다. 집안에서 창문에 팔을 기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 머리에 무엇인가를 이고있는 여자. 창 안쪽의 인물은 창틀에 기댄 팔에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고, 머리에 물건을 인 여인은 만나기가 어려운 아내라고 여겨지지만, 아내뿐 아니라 북에 두고 온 어머니일 수도 있다. 내가 만난 李仲燮 (金春洙)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이중섭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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