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눈내리는 날,
작품의 초안을 잡고 난 뒤에 샤갈은 벨라에게 말합니다.
“내일 또 와주겠어? 다른 그림을 그릴 거야. 우리가 함께 날아다니는 그림을.” 그리고 그려진 그림입니다.
소박한 목조 건물들.
멀리 보이는 교회, 목책, 울타리 옆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일을 보는 남자.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려지는 러시아의 조그만 유태인 마을 비테브스크의 겨울 풍경입니다.
그리고 이 풍경 위를 날아다니는 두 연인은 바로 샤갈과 벨라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하늘을 나는 환상,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꿈꾸는 최고의 환상일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고향 비테브스크의 풍경, 이 그림 속에 이미 샤갈이 앞으로 그릴 그림의 모티브는 모두 다 담겨 있습니다.
샤갈의 작품 세계의 윤곽을 결정지은 것은 바로 그의 첫 사랑이자 첫 아내인 벨라와의 사랑이었습니다.
어떠한가?
사랑은 어떤 것인가?
땅의 부끄러움을 이미 다 보았거니
굳이 남은 것들을 들추어 무엇하리
하늘이 무명옷 한 벌 밤새 지어 입힌다
지상에 은성하는 어둠보다 더 큰 사랑
한없이 다독이며 안아주는 용서 앞에서
아기의 젖니가 돋듯 태어나는 세상이여
달과 별이 숨었어도 스스로 차는 밝음
나무들 하나같이 뿔 고운 순록이 되어
한잠 든 마을을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떠한가?
오늘처럼 하루종일 눈이 오는 날,
샤갈처럼 사랑하는 연인과 흥에겨워 하늘을 날고, '눈내리는 밤'의 가사처럼 모든 허물을 덮어주는 것,
사랑은 요술과도 같은 것인가보다.
사랑에 진심인 당신은
아마도 요술장이임에 분명하다.
Over the town(Over Vitebsk) 비테브스크 위에서, Oil on canvas, 141x198cm, 1918, Marc Chagall, Tretyakov Gallery, Moscow
#비테브스크위에서 #1918년
#겨울 #샤갈
#눈내리는밤 #권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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