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국보 제180호, 세한도, 김정희, 1844

풍선(balloon) 2023. 12. 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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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하얀 날,

당신에게도 세한(歲寒,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마음이 남아 있는가?

환갑을 바라보던 1844년 추사(완당) 김정희(1786~1856)는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중에 그의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그림과 편지를 보낸다.

세상의 도도한 풍조는 오로지 권세가와 재력가만을 붙좇는 것이다. 이들 책을 구하려고 이와 같이 마음을 쓰고 힘을 소비하였는데, 이것을 권세가와 재력가들에게 갖다주지 않고 도리어 바다 건너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 하고 있는 나에게 마치 세인들이 권세가와 재력가에게 붙좇듯이 안겨주었다.

사마천(司馬遷)이, “권세나 이익 때문에 사귄 경우에는 권세나 이익이 바닥나면 그 교제가 멀어지는 법이다” 하였다. 그대 역시 세속의 거센 풍조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이다. 그런데 어찌 그대는 권세가와 재력가를 붙좇는 세속의 도도한 풍조로부터 초연히 벗어나, 권세나 재력을 잣대로 삼아 나를 대하지 않는단 말인가? 사마천의 말이 틀렸는가?

공자(孔子)께서, “일년 중에서 가장 추운 시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대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셨다. 소나무 ·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늘 잎이 지지 않는 존재이다. 엄동이 되기 이전에도 똑같은 소나무 · 잣나무요, 엄동이 된 이후에도 변함 없는 소나무 · 잣나무이다. 그런데 성인께서는 유달리 엄동이 된 이후에 그것을 칭찬하셨다.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곤경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나의 곤경 이후의 그대는 역시 성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않겠는가? 성인께서 유달리 칭찬하신 것은 단지 엄동을 겪고도 꿋꿋이 푸르름을 지키는 송백의 굳은 절조만을 위함이 아니다. 역시 엄동을 겪은 때와 같은 인간의 어떤 역경을 보시고 느끼신 바가 있어서이다.

아! 전한(前漢)의 순박한 시대에 급암(汲黯)과 정당시(鄭當時) 같이 훌륭한 사람들의 경우도 그 빈객들이 그들의 부침(浮沈)에 따라 붙좇고 돌아섰다. 그러고 보면 하규(下邽) 땅의 적공(翟公)이 대문에 방(榜)을 써 붙여 염량세태(炎凉世態)를 풍자한 처사 따위는 박절한 인심의 극치라 하겠다. 슬프다.

어떠한가?

오늘처럼 하얀 눈이 펑펑내리는 겨울날,

공자(孔子)께서는 추운 계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 있음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고 하셨다.

지난 가을, 청춘의 모든 시간을 글로벌 한국 기업인의 꿈을 향하여 올인했지만, 뜻하지 않았던 거대한 외력을 견뎌내지못하고 사라진 친구.

또 몇일전, 삼성계열사 사장단에 이름을 올리고, 새해부터 뉴욕 근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놀랍고 반가운 소식을 전한 친구.

그 친구들과 다시 만날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때까지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또한 세한(歲寒,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마음을 기원해본다.

어떠한가?

살다보면,
세한도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들이 있다.

먹물을 찍은 붓을 종이에 살짝 찍어낸 다음 나무줄기와 잎을 매우 거칠게 표현함으로써 추운 겨울 스산함이 저절로 느껴지지 않던가?

또한, 오른쪽 소나무는 모질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 본 줄기는 깨져 나가고 굽고 휘어진 하나의 줄기만이 아래로 휘어진 채, 아직 살아있음을 외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떠한가?

오늘 나에게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나무, 측백나무처럼 푸르고 옳곧은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는가?

흰눈이 기쁨되는 날
흰눈이 미소되는 날
흰눈이 꽃잎처럼 내리는 날,

당신에게 펼쳐질
당신에게 남은
가장 젊은 시간들을 응원한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 #김정희(金正喜, 1786~1856), 1844년 작, 종이에 수묵, 23×69.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하루종일눈
#온세상하얀날
#세한도 #김정희 #이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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