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매화초옥도, 19세기 전반

풍선(balloon) 2023. 6. 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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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소식을 기대하는가?

눈 덮인 흰 산, 잿빛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산속 초옥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친구를 기다리며 피리를 불고 있는 초록빛 옷의 오경석과 화면 왼쪽 하단에 거문고를 메고 벗을 찾아가는 붉은 옷차림의 전기의 모습,

한겨울 깊은 산 속의 초옥에 홀로 거(居)하고 있는 벗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 오른쪽 아래의 '역매인형초옥적중(亦梅仁兄草屋笛中,역매 오경석이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이라는 글귀로 미루어, 초옥에 앉아 있는 인물은 역매 오경석이란 인물이고,홍의(紅衣)의 인물은 전기 자신임을 짐작한다.

둘은 즐겨 그림에 대한 심미안을 나누었던 절친한 친구로서 매화 향기는 경조부박한 외부로부터 이 초옥을 막아줄 것이고 이제 이들은 세상의 번다함을 벗어나 회포를 풀 것이다.

전기田琦(1825-1854)가 그린 <매화초옥>을 보면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매화나무 숲을 향해 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줄 사람이 찾아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손님이 입고 있는 옷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무슨 의미일까?

붉은 색 옷은 관복을 상징하니 방문 목적이 공적인 일 때문이란 뜻이고 전하는 말이 무엇이든 정치적 사안을 알리러 오고 있는 것이다. 매화는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꽃이니 붉은 옷의 사내가 전해 올 소식이 무슨 소식이었으면 좋겠는가?

어떠한가?

추사가 제주에 유배되던 시절부터는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매화초옥> 속 은사처럼 추사 또한 매화꽃이 만발한 봄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삶을 살아냈다. 그런데 삼십만 그루 매화나무 숲 속에 글방을 짓고 은거하며 독서로 소일하는 은사의 모습과 추사의 생애가 겹쳐지지 않는다.

<삼십매수하실>이 쓰인 시기를 서체를 통해 가늠해보면 말년 작이 틀림없는데, 말년의 추사는 한강변 압구정 주인 한명회의 권세나 넉넉함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사는 <삼십만매수하실>을 통해 무슨 말을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추사의 본뜻은 높고 깊은 대궐의 담장은 문이라도 있지만, 국왕을 에워싼 인人의 장벽에는 문조차 없어 고운 님께 봄소식을 전할 길이 없구나. 매화꽃이만발하면 씨 뿌릴 준비해야 하건만, 님은 봄이 온 줄 모르니 어이하면 좋을꼬?

농부가 때를 놓치면 굶주릴 수밖에 없고, 정치가가 때를 읽을줄 모르면 나라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건만, 봄소식 전할 방법이 없어 입술만 마르네……….

어떠한가?

삼십만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그곳에 글방을 세워 한평생 좋아하는 책이나 읽으며 매화꽃과 함께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자 했다면 추사는 충분히 그리 살 수 있도록 허락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말년의 추사는 모든 것을 잃고 급기야 불가에 귀의하여 절밥 축내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런 추사의 삶과 예술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는가?

'삼십만매수하실三十萬樹下室'

“세상의 역易이 바뀌어 동이족이 세운 두 나라 조선과 청이 나란히 설 수 있는 호기가 찾아왔건만 200년전 멸망한 명의 제후국을 자청하는 잘못된 정책을 펼치도록 국왕의 눈을 가리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당신은 추사의 마음이
무엇을 향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어떠한 봄을 기다리고 있는가?

#전기 作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29.4×33.3cm, 종이에 채색, 조선, 19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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