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추사 김정희, 시우란, 1846

풍선(balloon) 2025. 2. 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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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부터 십여년가까운 제주 유배시절 추사 김정희가 그린 난초 중 서자인 아들 상우에게 그려서 보여주었다고 해서 '시우란示佑蘭'이라고 불리는 묵란도.

간기가 씌어 있지 않으나 그림과 화제의 글씨 그리고 제작 배경으로 보아 제주도 유배시절 아버지의 귀양살이를 돕기위해 찾아온 서자 상우를 위해 그린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 난초 그림을 그리는 데 열심이었던지 아들에게 남기는 편지의 대부분에는 난을 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寫蘭 亦當自不欺心始 一撇葉一點瓣 內省不疚 可以示人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雖此小藝 必自誠意正心 中來 始得爲下手宗旨 書示佑兒

"난초를 그릴 때에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잎 하나, 꽃술 하나라도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게 된 뒤에야 남에게 보여줄 만하다.

열 개의 눈이 보고 열 개의 손이 지적하는 것과 같으니 마음은 두렵도다.

이 작은 기예도 반드시 생각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비로소 시작의 기본을 얻게 될 것이다.

아들 상우에게 써 보인다."

어떠한가?

완당이 아들에게 시범을 보인 이 난초 그림은 필법이 정법正法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모범을 보이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교에 몰두하기보다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 바르고 진실된 마음가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 된다는 뜻일 것이다.

제문 중에 있는 '불기심不欺心' 즉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난 그림'이라고 해서 '불기심란(不欺心蘭)도'라고도 한다.

어떠한가?

절기상 입춘이지만
봄은 느낄 수 없는 오늘같이 추운 겨울밤,

비록 유배시절을 보내고 있는 완당이었지만,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에게 삶에 있어서 기교보다는 마음을 바르게함이 기본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그 마음이,

이백여년후 우리에게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던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김정희(1786-1856), 시우란, 종이에 먹, 22.8×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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