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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Self-portrait), 렘브란트(Rembrandt), 1655

거울속 당신의 얼굴 그 얼굴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평생에 걸쳐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에 골몰 했었다. 그는 자신을 동양의 왕자로, 방탕한 귀족으로, 사도 바울이 되었다간 예수를 처형하는 형리로, 또는 거리를 전전하는 거지로 분장시켜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린 자화상과 초상화를 합한 작품이 무려 70여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초상화를 그린 작가는 미술사에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자화상이었을까? 단순한 자아도취로 인해 자신을 미화시킨 것이라 보기엔 평생에 걸친 그의 열정이 너무 진지하고도 깊다. 이렇게 많은 자화상과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은 단지 기념비적인 의미를 넘어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루벤스와는 달리 비참하고 궁핍한 말년을 보냈던 렘브란트는 더욱더 인간의 내면..

렘브란트 2023.12.19

르누아르, 부지발에서의 춤, 1883

때는 19세기말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의 뮤즈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수잔이 몽마르뜨에 입성하던 날 화가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는데, 당시 수잔은 르누아르 보다 무려 26세나 어린 나이였었다. 그런 그녀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르누아르의 모델로 활동하게 되는데 종국에는 연인으로 지내게 된다. 르누아르를 만났을 당시 수잔의 나이는 20세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르누아르 그림은 봄날의 미풍처럼 포근하다. 그의 그림에서 발라동은 수줍고, 싱그러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거기엔 도시 뒷골목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가? 오늘 당신의 삶이 녹록지 않은가? 그렇다면 백오십년전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수잔발라동을 포근하게 그려냈던 르누아르의 마음을 ..

미술 2023.12.13

로댕, 입맞춤, 1882

이루지 못한 사랑에, 아파해야 하는가? 위로받아야 하는가? 로댕의 입맞춤, 사랑에 빠진 젊은남녀가 상대를 제 몸처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단테가 지옥에서 마주친 비극적인 연인이다. 13세기 단테가 살았던 이탈리아의 이야기다. 라벤나의 영주는 18세의 아름다운 딸 프란체스카를 옆 도시 리미니의 영주 지안치오토에게 시집 보내려 한다. 성정이 포악한 데다 다리를 절었고 추남이었던 지안치오토는 프란체스카가 결혼을 반대할 것을 염려해 수려한 용모를 지닌 자신의 동생 파울로에게 대신 맞선을 보도록 했다. 프란체스카는 파울로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리미니에 도착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프란체스카는 절망의 나날을 보낸다. 유일한 기쁨이 있다면 성안에서 가끔씩 파울로를 지켜보..

미술 2023.12.09

주세페 베르디의 초상화, 조반니 볼디니, 1886

리소르지멘토 [Risorgimento] 1848년, 오스트리아군을 이탈리아 반도에서 축출하기 위한 선언을한 사르데냐왕국은 이탈리아 통일운동의 지주로 부상한다. 비바 베르디 [Viva Verdi] 베르디 만세, 실은 이탈리아 통일의 주도 세력이었던 피에몬테 왕국의 왕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에 대한 은밀한 찬사로 그 배경에 베르디가 자리하고 있었고, 오페라 나부코의 성공과 더불어 리골레토, 일트로바토레, 라트라비아타를 모두 무대에 올리며 통일 이탈리아의 염원의 아이콘으로 사랑을 받는다. 1861년, 베르디의 명성이 정점에 도달하는 그 순간 이탈리아는 476년 서로마제국이 게르만 용병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한 이후 불가능해 보였던 꿈이 이루어졌다. 베르디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해도 나부코이후 그의 음악은 통..

미술 2023.12.07

빈센트반고흐, 어머니, 1888

당신 마음속의 어머니는 어떤 모습인가? 1888년 10월, 고갱과 다투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두 달 전, 프랑스 남부의 아를에서 살던 고흐는 편지 속에 동봉한 어머니의 사진을 받고는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이 무채색 사진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기억나는 대로의 어머니 모습을 어울리는 색깔로 그려보려 해.” 그는 그때까지 많은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부모님을 모델로 해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칠순이 다 된 어머니는 멀리 계셨고,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다음이었다. 평소 그는 풍경화이든 초상화이든,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이 눈앞에 있어야만 했고, 그러지 않으면 “가능하고 진실한 것에서 떠나” 전혀 엉뚱한 것을 그리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억나는 대로의 어머니 모습”을 그렸고, 그..

고흐 2023.12.02

팔라스 아테나, 구스타프 클림트, 1898

아테나 여신(로마는 미네르바)은 그리스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로 지혜, 전쟁, 기술, 요리, 직물 등을 관장한다. 아테나 여신은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도시 이름이 그에게서 나왔고, 그에게 바쳐진 것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다. 그녀는 태생부터 남달랐다. 신들의 왕 제우스와 가장 지혜로운 자로 불려진 티탄 여신 메티스의 딸이지만 출산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칠수 없었다. 그들이 낳은 자식이 매우 뛰어나 제우스의 자리를 뺏을 것이란 불길한 신탁을 들은 제우스가 아내를 삼켜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허무하리만치 빨리 찾아왔다. 제우스는 곧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다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에게 도끼로 머리를 쪼개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 머리에서 아테나가 태어난다. 창과 방패를 쥔 채 용..

미술 2023.11.26

백자 달항아리, 국보 309호, 조선

당신은 백자 달항아리의 그 아름다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고려 말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틈타 이성계는 새 왕조 조선을 개국한다. 불교의 폐해를 지켜보았던 실력자 정도전을 앞세운 신진사림은 태조를 도와 조선을 엄격한 유교의 나라로 만들고자 하였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새 나라 조선이 들어서고 이후 500년이나 역사를 이어나갔다. 그러한 정신과 이상을 담은 그릇이 바로 조선 백자이다. 유교의 차가운 기본 틀과 선비 세력의 엄격한 규범이 조화를 이루었다. 고려청자와는 바탕이 다르고 지향하는 목표에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도자기의 배경을 살펴보면, 원말명초의 중국 청화백자가 조선백자의 고향이라고 말해야 자연스럽다. 조선에서 스스로 창안한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미술 2023.11.25

빈센트반고흐, 감자먹는사람들, 1885

늦은 저녁 시간,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는 초라한 집에서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저녁을 먹는 농부들. 고된 농사일로 주름 가득한 얼굴과 거칠어진 손. 그들의 식탁에는 오늘 수확한 감자와 차가 전부인듯 하다. 비록 등잔에서 나오는 불빛은 겨우 서로의 얼굴과 음식을 비추어줄 정도이지만, 식탁에 앉은 사람 수만큼 차를 따르고 서로에게 감자를 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소박한 희열과 감사함은 무엇일까? 어떠한가? 그리아니하실지라도 넘치는 감사함으로 삶의 풍요를 경험하게 된다면, 일상의 평범함 그리고 일용할 양식(τὸν ἄρτον τὸν ἐπιούσιον, 톤 아르톤 톤 에피우시온)에 감사함을 느끼게 됨을 나는 확신한다. #빈센트반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캔버스에 유채, 81.5×114...

고흐 2023.11.19

겨울, 주세페아르침볼도, 1573

당신의 겨울,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하는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태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인들이 권태를 겪는 것은 어떤 상황이나 노인의 무관심이 노인을 그의 계획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각자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지 않는다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우리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인다 해도, 목표의 부재는 우리의 삶을 어둡게 만든다. 어떠한가? 우리가 삶의 의미의 발견한다면, 그 속에서 삶이 여전히 미완성임을 깨달을 수 있지 않던가? 이때 자각하게 되는 것은 삶에 대한 회의주의적 태도와는 다르다. 오히려 삶에서 권태를 방지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열망을 품게 만들게 됨이 분명하다. 어떠한가? 당신은 ..

미술 2023.11.17

렘브란트, 엠마오의 저녁식사, 1648

당신은 무엇으로 근심합니까? 엠마오로 돌아가던 두 제자, 글로바(Cleopas)와 마리아(Mary) 부부, 이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에 고향 엠마오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엠마오까지는 약 25리(11km, threescore furlongs) 되는데, 오늘날 “엘 쿠베이베”(El-Qubeibeh)가 성경의 ‘엠마오’(온천, 따듯한 우물)라고 여겨집니다. 부부는 부활의 아침에 막달라 마리아와 두 사도가 주님의 무덤을 다녀온 이야기,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주님의 시신을 도난당했다고 생각하고 슬픈 분위기였습니다. 이때 바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동행하셨지만 그들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계..

미술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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