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여신(로마는 미네르바)은 그리스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로 지혜, 전쟁, 기술, 요리, 직물 등을 관장한다.
아테나 여신은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도시 이름이 그에게서 나왔고, 그에게 바쳐진 것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다.
그녀는 태생부터 남달랐다. 신들의 왕 제우스와 가장 지혜로운 자로 불려진 티탄 여신 메티스의 딸이지만 출산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칠수 없었다. 그들이 낳은 자식이 매우 뛰어나 제우스의 자리를 뺏을 것이란 불길한 신탁을 들은 제우스가 아내를 삼켜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허무하리만치 빨리 찾아왔다. 제우스는 곧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다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에게 도끼로 머리를 쪼개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 머리에서 아테나가 태어난다.
창과 방패를 쥔 채 용사의 함성을 지르면서. 뒤늦은 후회일까, 염려 섞인 찬미일까? 제우스는 이 야생마 같은 딸에게 늘 다정한 아버지다. 한편 어머니로서의 권위가 허락되지 않은 헤라는 전전긍긍할 따름이다.
거침없는 행동과 아버지를 닮아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능력 때문에 아테나는 번번이 인간 역사에 소환된다. 황금 양모를 찾아 나선 아르고호 원정대와 동행했고, 아카이아인 편에서 트로이 전쟁을 생생히 목도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녀는 아테네의 여신이자 수호신이다. 지혜의상징 올리브 나무로 포세이돈의 검은 종마를 물리치고 그리스 수도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어떠한가?
1898년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려낸 팔라스 아테나는 독특하다 못해 무례한 느낌마저 주는 정면 초상화다.
남성스런 얼굴과 여성스런 팔, 빈틈없는 강인함과 농축된 관능미, 범접할 수 없는 차가움과 불타오르는 열정, 작품 속 모든 것이 올림포스 시대부터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여신의 재미난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 그림이 담은 그녀의 혼란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의 분위기를 떠올려야 한다.
낭만적인 허영을 벗어던지고 자유분방한 성 문화에 젖어든 시대, 사람들은 온갖 형태의 강한 여성상을 그려냈다. 우리 시대 슈퍼히로인, 원더우먼과 슈퍼걸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어떠한가?
아테나는 팔라스(완전한 전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몸에는 갑옷, 머리에는 투구, 손에는 창으로 무장하고 우리를 정면 응시한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눈빛, 잠잠하지만 위협적이고, 흥분도 허세도 없이, 당연한 승리의 조각상을 우리 앞에 들이민다. 그 뒤로 보이는 어두운 배경에는 기억에조차 사라졌을 아득한 옛날 일들이 그려져 있다.
황금은 작품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신성성을 더하는 강력한 도구로 쓰였다. 몸과 갑옷이 하나가 되고, 노란색과 보라색의 대비가 색채미를 끌어 올리며 빛은 배경 속 어둠을 끝내 몰아내지 못한다.
어쩌면 팔라스 아테나의 매혹과 두려움, 기대가 뒤섞인 잠잠한 슬픔이 그림 전체를 덮고 있는 듯하다.
어떠한가?
지혜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용맹하다는 것은 또 어떠한 모양새일까?
백여년전 황금빛 색채의 마술사 클림트가 그려낸 팔라스 아테나를 통하여 우리는 지혜와 용맹이란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지혜와 용맹은
아름다움의 또 다른 속성일지도 모른다.
#팔라스아테나, 구스타프 클림트, 1898년, 캔버스에 유채, 75×75cm, 오스트리아 빈, 빈 미술관 카를스 플라츠.
#팔라스아테나
#구스타프클림트
#신화의비밀 #명화의비밀
#제라르드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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