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3월 1일, 반 고흐는 예고 없이 파리로 찾아든다. 10년 전에 파리를 방문했던 반 고흐이지만,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망의 재개발 정책으로 변해버린 도시는 너무 낯선 곳이었다. 파리는 과거처럼 중세의 흔적을 곳곳에 간직한 도시가 아니라, 요즘으로 치면 아파트와 쇼핑몰이 즐비한 번잡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반 고흐는 번화한 파리의 모습에 실망했다. 또한 자신을 파리로 이끈 인상파 화가들도 그를 위무해주지 못했다. 자기들 코가 석자였던 인상파 화가들에게 반 고흐 같은 신참은 관심 밖이었다.세잔은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고 “미치광이가 그린 그림”이라고 악평을 늘어놓았다. 이런 인상파 주역들의 비판에 충격을 받은 반 고흐는 화풍을 바꾸기 시작했다. 검고 칙칙한 색채 대신 환하고 밝은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