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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朴趾源)초상, 18세기 조선

왜 하늘 천天 자는 푸르지 않습니까? 마을의 어린애에게 천자문을 가르쳐 주는데, 게으름을 피우며 읽기를 싫어하기에 한마디 나무랐더니, 그 애가 “하늘을 보니 푸르고 푸른데 ‘하늘 천’(天) 자는 왜 푸르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천자문 읽기가 싫은 겁니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아이의 총명함은 한자를 만들었다는 중국의 창힐을 기죽게 할 정도입니다. 어떠한가?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태두 연암 박지원선생, 창의란 무엇인가? 아이가 눈으로 본 하늘과 글로 본 하늘이 다름을 이야기할 그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작, 창의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선생은 18세기 조선사회의 르네상스적 변화, 북벌과 북학의 행간에서 사유와 방법론의 갈등을, 옛것을 본받는 일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에 대..

미술 2023.07.31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대팽고회大東高會

당신의 마지막 때, 어떠한 마음을 남길 것인가? 1840년 제주도에 위리안치된 55살의 추사는 이년후 부인상을 당하고, 1848년 12월에 풀려났지만 66살에 다시 함경도 북청에 유배 일년후인 1852년 과천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다 71살에 영면했다. 김정희는 파란만장한 생애의 마지막 경기도 과천에서 보냈다. 유배에서 풀려난 1852년부터 그는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에 있는 주암동에 부친이 지은 초당에서 마지막 4년을 보냈다. 그가 죽은 해인 1856년에 쓴 《대팽고회大東高會》는 평생 익힌 기교와 기름기를 모두 걷어내고 담백한 글씨체로 썼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쓴 대련(對聯)의 구절이다. 최고의 반찬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최고로..

추사 김정희 2023.07.30

김환기,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1970

고향, 당신에게는 무엇입니까? 김환기는 뉴욕시절 단색으로 점 하나를 찍고 네모꼴로 둘러싸는 것을 서너번씩 하며 물감이 번져나가게 하기를 수행하듯이 수천 번 반복한다. 무엇이 이러한 수고와 인내를 가능하게 했을까? 이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서양의 모노크롬처럼 보이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한 건 개념적인 게 아니라 바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향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는 삭막한 뉴욕에서 고향의 자연 산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산이 없어서 마천루의 고층 건물 위쪽으로 해가 저무는 삭막한 뉴욕에서 낭만을 잃어버린 그가 의지할 곳은 오직 밤하늘의 별이었다. 밤하늘의 별만큼은 고향에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작업실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종신수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

김환기 2023.07.26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불이선란도, 19세기

불이법문(不二法門),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아시는가? 조선 말의 대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는 서예에서 추사체를 창안했을 뿐만 아니라 묵란화에서도 높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사군자 중에서 특히 난초를 즐겨 그린 이유는 난초를치는 것이 서예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들 상우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난초 그리기는 서예의 예서와 가깝고 '문자향서권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난초를 치는 법은 또한 예서를 쓰는 법과 가까워서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있은 다음에야 얻을 수 있다. 또 난초를 치는 법은 그림 그리는 법식대로 하는 것을 가장 꺼리니, 만약 그러한 법식으로 쓰려면 일필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난초가 사군자 중에서 그리기 어려운 이유는 형태가 너무 단순하여 선 몇 개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추사 김정희 2023.07.22

라파엘로, 뮤즈의두상, 파르나소스산, 1511

삶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다. 사랑, 미움, 시기, 질투, 용서 이 모든 것들의 뿌리는 결국 사랑이다. 즉, 사랑의 변형이다. 사랑의 첫마음을 지키는 것, 첫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또 그 마음을 지켜주려 함께해주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의 시작과 끝이다. 어떠한가? 사랑, 아름다움. 삶을 살고 있는 모두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지를 알지만, 혹시나 오늘도 '살다보면'이라는 핑계로 그 마음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Testa Di Una Musa(뮤즈의 두상),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라파엘로 #뮤즈의두상 #파르나소스산

미술 2023.07.22

빈센트반고흐(Vincent van Gogh), 아몬드나무(Almond Blossom), 1890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1888년 12월 고갱과의 말다툼 끝에 귀까지 자르며 이상행동을 보이자 이미 위험한 인물로 낙인이 찍힌 고흐는 결국 아를에서 쫓겨나고, 갈 곳이 마땅치 않던 고흐는 1889년 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스스로 찾아가 치료를 위해 환자로 입원 중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던 차에 파리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우선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릴게요. 요즘 저희는 이 이야기뿐이랍니다.” 1889년 7월, 요가 빈센트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다. “올 겨울, 아마도 내년 2월쯤, 아이를 낳게 됩니다. 예쁜 아들이길 바라고 있고, 아들이면, 그리고 대부가 되어주신다면, 아이 이름을 빈센트로 지으려 합니다.” 요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딸일 수도 있습니다..

고흐 2023.07.16

밀레, 이삭줍는 여인들, 1857

밀레의 그림 이삭 줍기는 수확이 끝난 자리에서 낟알을 줍고 있는 세 여자를 그린 것입니다. 여자 셋이 허리를 굽혀 낟알을 줍고 있는데, 저 멀리 허리를 숙여 곡식을 베고 있는 사람들, 곡식단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사람들, 곡식단을 높이 쌓고 있는 사람들, 또 몇몇은 말이 끄는 수레에 곡식단을 싣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과 약간 거리를 두고 그림 우측에는 말을 탄 남자도 보입니다. 밭의 주인일 것입니다. 밀레가 멀리 세워놓고 희미하게 그린 이 사람들, 즉 말에 올라탄 주인을 비롯해 곡식단을 베거나 싣고 있는 이 사람들은 밭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허리 숙여 일하는 사람들이 종이든, 소작인이든 이들은 밭에서 품삮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주체들을 희미하게 배경으로 처리했습니다. 영주와 영주가 부리..

미술 2023.07.15

장앙투안바토, 키테라섬으로의순례, 1717

베르사유 궁전이 완성된 루이14세 통치 후반에 프랑스 귀족들의 관심은 개인사적 영역으로 넘어간다. 프랑스 귀족들과 부자들은 프랑스 왕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취향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미술이나 건축, 패션, 실내 장식 등의 분야에서 로코코 양식이 유행한다. 프랑스에서 발전한 #로코코 미술은 18세기 말까지 유럽 궁전에서 유행했으며, 로코코 미술은 남성적이고 무게감이 있는 바로크 미술과는 달리 여성적이고 우아하며 경쾌하다는 특징으로 대표적인 로코코 화가로는 #장앙트안바토 를 예로 든다. 지금은 여러 가지 재료로 집이나 방을 장식하지만, 예전에는 무엇으로 집을 장식했을까? 더군다나 큰 저택을 지니고 살았던 귀족들이라면? 귀족들은 분수나 더위를 피하기 위한 석굴을 장식하는 데 조개껍데기와 조약돌을 사용했다...

미술 2023.07.12

도나텔로, 막달라마리아, 1453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그 아름다움으로 숨이 멈춰져 본 경험이 있는가? 그녀를 처음 보던 순간이 기억난다. 대략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는 누구의 작품인지도 몰랐지만 생기가 없는 눈빛으로 허공에 빈 시선을 두던 노파의 눈빛이 너무도 강렬했던 작품으로 남았다. 실제 사람 사이즈보다 살짝 큰 목조상인 '마리아 막달레나’ 는 동굴에서 오랜 기간 수행한 노파의 모습으로 변한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도나텔로는 젊고 아름다웠던 여인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허영을 멀리하며 예수의 가르침으로 동굴에서 만년을 보내며 노파가 되어버린 마리아 막달레나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욕망이나 욕심도 없는 주름진 그녀의 얼굴과는 반대로 오래 지속된 고된 수행과 금식으로 단련되어 단단한 마른 근육질의 육신은 ..

미술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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