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19세기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도시는 끝없이 행진할 뿐 결코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도 갑자기 쉬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하던 일과 가던 길을 멈추고, 비를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펠릭스 발로통(1865∼1925)의 1894년 작 석판화 ‘소나기(L‘Averse)’는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대도시 파리 시민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파리의 대도시화는 19세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8세기에 대략 50만∼60만 명에 그치던 파리 인구는 1831년에 78만여 명, 그리고 1846년에는 마침내 1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지주, 부르주아, 고위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5%의 상류층이 부의 75.8%를 차지했고, 육체노동자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