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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의귀향, 렘브란트, 1669

당신은 누구인가? 탕자의 귀향이라는 그림을 처음으로 보았던 그해, 내 영적인 여정은 세가지 단계로 나타났다. 내가 경험했던 첫 번째 단계는 작은아들이 되는 경험이었다.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아버지가 작은아들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품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는 다정한 모습을 보자 내가 탕자처럼 길잃은, 돌아가고 싶은 아들이자 아버지의 따뜻한 품이 필요한 사람이라는걸 깊이 깨달았다. 오랜 세월 나는 나를 귀향하는 탕자라고 여겼다.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나를 반겨주실 순간을 기대했다. 내 영적 여정의 두 번째 단계는 어느 날 저녁 렘브란트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도중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큰아들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실제로 우리 집안에서 장남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비롯하여 내가 얼마..

렘브란트 2023.05.22

펠릭스 발로통, 공, 1899

지금 우리네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이는 어른과 분명 다른 세계에 산다. 같은 세상인데 그 세상에는 마법의 콩가루라도 뿌려져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신나고 세상은 반짝거린다. 욕조에 들어앉아도 전화기를 쥐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목욕할 때 물속에 떠다니는 실밥 하나로 5분이 즐겁다. 그걸 잡겠다고 물을 휘저으며 좋아 죽는다. 작은 수건이라도 하나 갖고 들이가면 30분도 가능하다. 적셨다가 짰다가 수면에 철퍼덕 때렸다가 얼굴에 덮었다가 머리에 썼다가 붕대처럼 감았다가, 세상에 이렇게 신닐 수가 없다. 욕실 바닥에는 홍수가 나지만 그래도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이 욕실의 훈훈한 김처럼 따뜻한 위로가 되곤 한다. 어른의 웃음과는 달리 아이들 웃음소리에 찬란한 데가 있다.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왠지..

미술 2023.05.21

생 베르나르를 넘는 나폴레옹,자크 루이 다비드, 1801

이미지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던 시대, 세상의 변화가 이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시대의 미술. 생 베르나르를 넘는 나폴레옹 (Le Premier Consul franchissant les Alpes au col du Grand Saint-Bernard)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Napoleon Crossing the Alps)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 1801년 / 캔버스에 유채/231 x 264 cm/루브르 박물관 거칠게 발길질하는 아름다운 백마 위에 올라타 군대를 호령하는 나폴레옹은 1800년 6월, 마렝고 평원에서 펼쳐질 오스트리아 대군과의 결전을 향해 알프스의 준령을 넘고 있다. 대포를 끌고 가는 병사들의 힘겨운 모습에서 험난한 산세를 짐작할 수 있지만,..

미술 2023.05.21

마르크 샤갈, 아버지, 1911

당신은 삼십여년전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붉은 안경을 쓴 듯한 눈가에 슬픔이 드리워진 아버지, 아버지는 청어 장수였다. 악취 속에서 무거운 생선 궤짝을 날랐다. 아버지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손은 굳은살로 덮여 있었다. 늘 기도를 하고 늘 일을 하고, 말이 없었다. 어떠한가? 샤갈은 질문했다. 나도 벽에 기대앉아서, 아버지처럼 그렇게 일생을 살 운명일까? 청어가 담긴 궤짝을 운반하며 살까? 샤갈은 말한다.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내 손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나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야겠다. 하늘과 별을 외면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어떠한가? 화가 샤갈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 보드라운 손으로 아버지를 그렸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기에, ..

미술 2023.05.20

밀로, 비너스, B.C.100

인간의 가치를 고민했던 그리스 미술, "모든 현재의 문명은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모습의 최우선으로 품위 있는 삶을 살고자 하였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통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것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동물도 아름다움을 느낄까?' 이런 것을 끝없이 고민하고 아고라(광장)에서 토론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오직인간만 느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 인간은 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하며, 그들은 실용성을 떠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를 묘사한 대리석상으로 길..

미술 2023.05.19

미켈란젤로, 피에타, 1498

피에타(Pietà, 1498-1499)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조각한 것으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보관되어 있는 르네상스 시대 조각 예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피에타는 라틴어 ‘파이어티(Piety)’에서는 성스러운 상태나 신에 대한 존경으로 해석되며,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 예술의 주제 중의 하나이다. 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떠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을 말하며 예술의 형태로는 주로 조각작품으로 표현된다. 형상으로는 숨진 예수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마리아의 모습이며,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다. 오백여년전 이탈리아 이십대청년 미켈란젤로가 표현하고자했던 피에타 조각상에서처럼, 아직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어느..

미술 2023.05.18

렘브란트, 어머니, 1655

평범한 사람들, 그들에게 빛은 어디서오는가? 렘브란트, 그의 신산한 삶때문이었을까? 그는 영웅들의 대단한 스토리에 묻힌 평범한 이들 낮은 소리 귀 기울였다. 1650년 이후 렘브란트는 그의 어머니처럼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나이든 여인들의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 내세울 만한 큰일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시간을 견뎠지만, 대단히 자랑할 것 없는 사람들. 물론 그들의 삶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슬펐으리라. 여인 옆에 창문이나 촛불이 없으니, 그림 속 빛의 기원은 찾을 수 없다. 빛은 인물에게서 조용히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어두울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약한 빛. 그런 존재들의 나직한 언어들이 그림 속에서 조용히 울려 퍼진다. 렘브란트의 말년은 비참했다.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

렘브란트 2023.05.17

툴루즈로트렉, 물랭루즈라굴뤼, 1891

정치적 격동기를 거친 파리에 예술의 찬란함이 깃든 시기. 1889년 파리는 만국박람회를 맞아 에펠탑을 세상에 내놓고,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댄스홀 를 열었다. 그 풍요로운 시대 속에 작은 거인 툴루즈-로트렉이 있었다. 1891년 12월의 어느 날 밤 프랑스 파리 시내의 건물 벽에 붙여진 한 장의 포스터로부터 시작되었다.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 1864~1901)이 그린 이 포스터는 오늘날에도 관광 명소로 알려진 파리 몽마르트르(Montmartre)에 있는 카바레(cabaret) ‘물랑 루즈(빨간 풍차)’를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물랑 루즈는 캉캉(cancan)춤 공연으로 큰 인기를 모았으므로, 포스터에는 스타 캉캉춤 댄서(dancer)..

미술 2023.05.16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베르메이르, 1665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데 그중 여성의 수명이 더 길다. 결혼하여 가정을 갖더라도 여성은 늦든 이르는 인생의 어느 길목에선가 혼자가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수명과 상관없이 관계에서도 누구나 혼자가 되는 시기는 불현듯 찾아온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언제부턴가 마음이 떠나갔다면 피할 수 없다. 그 주체가 내가 됐건 상대가 됐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럴 때는 아무리 괴로워도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혼자 된 슬픔에 빠지기 쉽다.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했을 때도 마찬가지. 마땅히 기뻐할 일인데도 마음에는 휑하니 구멍이 뚫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들, 동료, 인생의 선후배, 지인들과도 언젠가는 이별하는 순간이 온다. 혼자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씁쓸하다...

미술 2023.05.15

얀스틴, 델프트 시장과 그의 딸, 1655

온종일 일해도 돌아오는 건 굶주림뿐, 세상은 왜 불공평하고 불평등할까? 왜 돈 많은 델프트 시장의 딸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우아하게 산책하러 나갈 때, 거지의 아이는 엄마와 함께 구걸해야 하는 걸까? 불평등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평등한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동물의 세상에서 평등이란 무의미한 개념이다. 사자, 하마, 고릴라 모두 알파 두목만이 암컷과 먹잇감을 독점한다. 불평등을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는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 모든 자원을 한 사람이 독점하면 1, 반대로 사회적 자원을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나눠 가진다면 0으로, 하마, 고릴라 세상은 1에 가까운 지니 계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하던 시대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시대였는지도 모른..

미술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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