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207

주세페아르침볼도, 사계, 1573

오월의 첫 날,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季節)에 있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1527~1593)의 4계四季, 사계절에 걸맞은 각종 식물들을 조합해 유쾌한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 ‘봄’은 갖가지 꽃들로, 여름은 과일과 채소의 열매로, 가을은 포도와 곡식의 낟알로, 겨울은 잎사귀가 떨어진 나목으로 표현됐다. 아르침볼도는 사계절 연작에 사람의 일생을 ‘봄’은 성장기, ‘여름’은 젊은 시절, ‘가을’은 중년기, 그리고 ‘겨울’은 노년기로 표현한 것이다. 어떠한가? 때는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초록의 잎새가 짙어지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고 지는 이 때, 이 때가 지나면 우리는 또 다른 계절과 맞이하게됨에 틀림이 없다. 어떠한가? 계절의 순환..

미술 2023.05.10

페르메이르, 우유따르는 하녀, 1658

오늘 당신의 아침은 어떠한가? 1660년, 평범한 네덜란드의 집,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빛의 신비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삶이 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유를 따르는 아주 단순한 일이 전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인은 이 일을 진지하고 경건하게 행한다. 비록 신분이 낮은 여인이지만, 그 풍채는 당당하고 위엄 있다. 화려하거나 위대한 어떤 것도 없는 이 그림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창으로 흘러 들어온 아침 빛은 조심스레 방 안을 채운다. 이 신비한 빛은 모든 평범한 것들에 축성을 내린다. 빛이 떨어지는 텅빈 벽, 화가는 이 벽에 남아 있는 작은 못이나 못 자국 하나 놓치지않고 꼼꼼히 그렸다. 이 크고 작은 흠집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았던 사소한 흔적들이다. 여인은 붉..

미술 2023.05.08

브루넬레스키, 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의 돔, 1436

혹시 지금 당신이 지속적으로 바라던 기회를 얻지 못하여 좌절하고 있는가?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 제작 공모전' 15세기에 들어서자마자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산 조반니 세례당 나무 문 교체 작업이 시작되었다. 산 조반니는 이탈리아어 식으로 성 요한을 뜻한다. 이 세례당은 입구가 세 개인데, 남쪽 문은 당시로부터 70여 년 전인 1330년부터 5년간 작업했고, 조각가 안드레아 피사노(Andrea Pisano, 약 1270~1348)가 청동 위에 금박을 입힌 부조패널로 만들었는데 성 요한의 일생이 조각되어 있다. 이 세례당의 동쪽 문을 새로 제작하기 위해 1402년에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 제작 공모전’이 열렸다. 최종적으로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의 작품이 후보에 올라 겨루었다. 심사위원..

미술 2023.05.06

빈센트반고흐, 선한 사마리아인, 1890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썬다가 서른살이 되는 1919년 티벧에는 큰 눈이 내렸고, 9월말이 되자 길이 얼고 산천은 눈속에 싸여서 활동하기에 여간 어려운 형편이 아니었다. 어느날 썬다는 랑케트쪽으로 가는 중에 티벧인 한 사람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들은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눈보라와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함께 걷고 있었다. 사력을 다해 걷고 있는 중이었는데, 길에서 약 십미터나 떨어진 가파른 비탈쪽에 웅크리고 있는 동사체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썬다는 동행에게 “얼어 죽어가고 있는 그 사람을 구조하여 업고 가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그러다가는 우리도 얼어죽소. 나는 살아야겠소” 하면서 혼자 가버리는 것이었다. 썬다는 비탈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내려가서..

고흐 2023.05.05

비제 르브룅, 마리앙투아네트, 1783

출신이 좀 수상한 라모트 백작부인은 로앙 추기경에게 왕비의 가짜편지를 전달한다. 장관 자리를 노리고 왕비에게 접근할 기회를 찾고있던 추기경은 왕비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고 착각한다. 실제로 백작부인은 어느 날 밤 베르사이유 궁 정원에서 왕비를 닮은 한 창녀를 대역으로 삼아 추기경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밀회를 주선하기까지한다. 추기경은 깜빡 속아 넘어가고, 백작부인은 여왕의 자선사업에 쓸 돈이라고 속여 추기경으로부터 여러 차례 돈을 받아 가로채기도 한다.그리고 마침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입하고 싶다는 왕비의 가짜 편지를 전달한다. 추기경은 보석상에게 목걸이를 주문하고, 여왕의 친필 사인을 믿은 보석상은 추기경에게 목걸이를 보낸다. 그러나 만기일까지 돈이 입금되지 않자 보석상은 여왕에게 청구서를 보낸다..

미술 2023.05.02

안개바다위의방랑자, 카스파다비드프리드리히, 1818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대지, 우뚝 솟은 산들 사이로 휘몰아치는 듯한 안개의 파도는 대자연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마주선 인간은 어떠한가? 상대적으로 그 유한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뒷모습이어서 표정을 볼 순 없지만 아마도 압도와 경외의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숭고미의 특별함은 단독자로서의 자아와 만나게 하는 데 있다. 숭고와 관련한 모든 것은 하나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란 '자기와의 대면'이다. 숭고의 체험에서 인간은 밖으로부터 주어진 특성이나 위치가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의 단독적 모습과 만난다. 사실 인간은 처음부터 홀로다. 그러나 이 홀로있음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또 사회생활에서 주어지는 온갖 규범과 관습의 울타리 안에서 외피를 입는다. 그리하여 한 개인의 정체성도..

미술 2023.04.30

이중섭, 구상의 가족, 1955

당신에게는 보고싶은 가족이 있습니까? 1955년 화가 이중섭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서울 미도파 백화점 전시회와 대구 미국공보원 개인전을 통해 1952년 일본으로 떠나보낸 일본인 부인과 두 아들을 만나러 갈 여비를 마련할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작품은 어느 정도 팔렸으나, 구매자가 돈을 주지 않거나 작품을 빼돌리는 통에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대구에서는 출품작이 춘화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져 경찰이 철거할 것이라는 풍문까지 떠돌았다. 일본에 갈 길은 멀어지고 그의 심중은 실망과 한탄으로 가득했다. 이중섭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말수도 크게 줄었다. 낙심한 채 경북 왜관에 있는 구상의 집과 대구에 있는 최태응의 집을 전전했다. 화가 이중섭은 서울로 돌아온 뒤 이..

이중섭 2023.04.29

공재 윤두서, 자화상, 1710

그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해남 윤씨였다.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의 증손자였고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외증조부이기도 했다. 해남 윤씨는 정치적으로 남인(南人)이었다. 13세 때 한양에 올라온 윤두서는 숙종 때인 1693년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해 성균관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그러나 이듬해 갑술환국(甲戌換局)으로 남인은 서인(西人)에 밀려 권력을 잃었다. 그 후 윤두서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치열한 당쟁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셋째 형 윤종서가 귀양 중에 사망했고, 윤두서 자신도 큰형 윤창서와 함께 모함에 연루돼 죽을 고생을 했다. 특히 윤두서가 이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을 시기는 그에게 온갖 어려움이 겹겹이 쌓여 있..

미술 2023.04.28

귀스타브 카유보트, 오르막길, 1881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화창한 햇살 아래, 두 남녀가 오르막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남녀의 모습 뒤로는 그늘진 전경이, 앞으로는 오르막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남성은 야외 놀이에 적합한 모자를 쓰고 있으며, 팔 동작으로 미루어보아 파이프 담배를 쥐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끝단에 장식이 달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색 양산이다. 밝은 햇살이 펼쳐내는 풍경 속에서 여성의 양산은 화사하게 색감을 뽐낸다. 두 사람은 지금 여유로운 산책중일까? 어떠한가? 두 남녀는 어떤 관계일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일 수도, 어느 정도의 부부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존재한다. 대개의 그림 속에서 연인이나 부부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밀착된 형태로 표현되는..

미술 2023.04.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