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페르메이르, 우유따르는 하녀, 1658

풍선(balloon) 2023. 5.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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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아침은 어떠한가?

1660년,
평범한 네덜란드의 집,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빛의 신비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삶이 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유를 따르는 아주 단순한 일이 전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인은 이 일을 진지하고 경건하게 행한다. 비록 신분이 낮은 여인이지만, 그 풍채는 당당하고 위엄 있다. 화려하거나 위대한 어떤 것도 없는 이 그림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창으로 흘러 들어온 아침 빛은 조심스레 방 안을 채운다. 이 신비한 빛은 모든 평범한 것들에 축성을 내린다. 빛이 떨어지는 텅빈 벽, 화가는 이 벽에 남아 있는 작은 못이나 못 자국 하나 놓치지않고 꼼꼼히 그렸다. 이 크고 작은 흠집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았던 사소한 흔적들이다.

여인은 붉은색 치마에 노란 상의, 푸른색 앞치마를 둘렀다. 빨강, 노랑, 파랑의 순색을 사용하면서도 그림을 야하게 하지 않는 고전적인 감각이 그림에 기품을 더한다. 그중 그림을 압도하는 색은 앞치마와 식탁보 위에 쓰인 선명한 울트라마린 블루다. 울트라마린 블루는 준보석인 청금석에서만 구해지는 값비싼 안료로, 성화나 신분이 높은 사람을 그릴 때만 사용되는 재료였지만, 화가는 이 소박한 장면을 위해 눈부신 울트라마린 블루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가장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은 이렇게 가장 위대한 것이 되었다.

페르메이르는 위대함의 바탕이 되는 평범함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림 안의 모든 것은 만져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시선은 페르메이르가 활동했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절대 권력이 지배하던 나라에서 시민들의 일상은 그려질 가치가 있는 것이 되지 못했다. 반면 신교와 구교의 갈등을 종식하고 모든 다양성의 공존을 인정하는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 강소국 네덜란드에서는 시민들이 사회의 주역이었다.

이백년후 보통선거권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기 시작한 19세기 말, 전 세계에서도 대중이 역사의 주역으로 떠올랐고, 이때 비로소 대중 시대의 위대한 서막이 열렸다.

어떠한가?

평범한 사람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 속에서 위대함을 찾는 페르메이르의 시선이야말로 21세기의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가 아닐까?

지나온 우리의 역사에서 전쟁, 혁명, 천재지변 등에도 사람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사랑을 했고, 아이들이 태어났고, 삶이 계속 되었다. 인간 삶에 변화가 없었다면 역사도 예술도 없었을 것이다.

어떠한가?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오늘의 행동을 선택해 왔다. 새로움이 자라나고 낡음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다.

여기에 모든 답이 있다.
저 창으로들어오는 빛은 어제의 빛이 아니다.

우리네 모든 아침은 새로운 아침이다.

https://youtu.be/R-2rTzTk9-I

#요하네스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하녀, 45.7x 41cm, 캔버스에 유채, 1658,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대를훔친미술 #이진숙
#페르메이르 #우유따르는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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