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펠릭스발로통, 소나기, 1894

풍선(balloon) 2023. 6. 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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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19세기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도시는 끝없이 행진할 뿐 결코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도 갑자기 쉬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하던 일과 가던 길을 멈추고, 비를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펠릭스 발로통(1865∼1925)의 1894년 작 석판화 ‘소나기(L‘Averse)’는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대도시 파리 시민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파리의 대도시화는 19세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8세기에 대략 50만∼60만 명에 그치던 파리 인구는 1831년에 78만여 명, 그리고 1846년에는 마침내 1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지주, 부르주아, 고위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5%의 상류층이 부의 75.8%를 차지했고, 육체노동자로 이루어진 76%의 하류층이 부의 0.6%를 소유했다. 그 사이에 소상공인, 수공업 노동자 등으로 이루어진 중간층이 있었다. 이 계급들은 업무 때문에 만날지언정 서로 어울려 살지는 않았다. 예컨대, 파리의 북동부 지역에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살고, 서부에는 부르주아들이 살았다.

이처럼 19세기 파리는 계급적으로 성층화된 대도시였건만, 소나기가 몰아치는 순간만은 모두가 평등해 보인다.

19세기 파리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계급이 무엇이든 소나기라는 갑작스러운 사태를 맞아 다들 공평하게 황망한 모습이다. 비를 피해야 하는 처지는 ‘실크햇’을 쓴 신사나 아이나 마부나 여인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어떠한가?

그 때보다야 훨씬 더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기회가 나름 주어지고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가끔은 지금의 때가 신분사회와 다름이 없는 느낌을 갖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에 두 개의 우산으로 비를 피하지는 않는 법인데, 혹시나 우리의 마음은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어쩔 수 없다.
소나기를 피해야하고, 아니면 맞을 수 밖에ᆢ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는 잠시의 그순간,
잠시나마 모두 평등해지는 것.

혹시나 두 개의 우산을 가지고있다면
우산이 없는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 아니던가?

#펠릭스발로통 ‘소나기’ 1894년.

#김영민 #정치적동물의길
#인간으로사는일은하나의문제입니다
#19세기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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