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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141

공재 윤두서, 자화상, 1710

그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해남 윤씨였다.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의 증손자였고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외증조부이기도 했다. 해남 윤씨는 정치적으로 남인(南人)이었다. 13세 때 한양에 올라온 윤두서는 숙종 때인 1693년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해 성균관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그러나 이듬해 갑술환국(甲戌換局)으로 남인은 서인(西人)에 밀려 권력을 잃었다. 그 후 윤두서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치열한 당쟁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셋째 형 윤종서가 귀양 중에 사망했고, 윤두서 자신도 큰형 윤창서와 함께 모함에 연루돼 죽을 고생을 했다. 특히 윤두서가 이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을 시기는 그에게 온갖 어려움이 겹겹이 쌓여 있..

미술 2023.04.28

귀스타브 카유보트, 오르막길, 1881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화창한 햇살 아래, 두 남녀가 오르막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남녀의 모습 뒤로는 그늘진 전경이, 앞으로는 오르막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남성은 야외 놀이에 적합한 모자를 쓰고 있으며, 팔 동작으로 미루어보아 파이프 담배를 쥐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끝단에 장식이 달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색 양산이다. 밝은 햇살이 펼쳐내는 풍경 속에서 여성의 양산은 화사하게 색감을 뽐낸다. 두 사람은 지금 여유로운 산책중일까? 어떠한가? 두 남녀는 어떤 관계일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일 수도, 어느 정도의 부부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존재한다. 대개의 그림 속에서 연인이나 부부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밀착된 형태로 표현되는..

미술 2023.04.27

박수근, 귀로歸路, 1964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벌거벗은 나무. 나목(裸木). 앙상하게 마른 가지에 나뭇잎이 없다. 계절은 분명 겨울. 오래된 시간. 지금을 이루는 것은 지나온 세월이 만드는 법. 화강암의 표면을 닮아 있는 그림 속의 지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음이 분명하다. 겨울을 견디는 지금의 나무는, 잎이 떨어져 벗어버린 앙상히 벗고 있는 나목(裸木). 어떠한가? 지금은 힘들고 앙상한 겨울이지만, 내일이 오고, 봄이 오면 피어날 것을 알기에, 박완서 선생은 박수근의 나무가 더 이상 고목(古木)이 아닌 나목(裸木)이라 했다. 어떠한가? 지성의 끝자락에서 영성을 만났고, 죽도록 사랑해 본 후에 용서를 알게 되었고, 이제는 그만 놀고 집으로 돌어오라는 부르심을 받고 하늘길로 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의 평생이..

미술 2023.04.26

우물가의여인, 장 프랑수아 밀레, 1866

#우물가의여인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구하고 있습니까? 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헛되고 헛된 것들을 그 때 주님 하신 말씀 내 샘에 와 생수를 마셔라. 오 주님 채우소서 나의 잔을 높이 듭니다. 하늘 양식 내게 채워 주소서 넘치도록 채워 주소서. #우물가의여인, La femme au puits,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66년, 소묘, 파스텔(pastel), 44 x 34.5 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미술 2023.04.25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 1602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그는 르네상스 시대가 지나가면서 사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어딘지 모르게 왜소해 보이는 예수님 주변에 세 명의 남자가 둘러서 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넣고 있는데, 이 사람이 도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손으로 도마의 손을 붙들고, 자신의 상처를 만져보도록 하셨고 다른 제자들로 예상되는 두 사람이 도마의 뒤에서 도마의 행동과 예수님의 상처를 지켜보고 있다. 카라바조는 실제로 살아계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제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도 과거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졌던 제자들과 같은 거룩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주름투성이의 허름한 사람들이다. 르네상스로 인간중심의 문화가 발전하였고 종..

미술 2023.04.23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피터르 파울 루벤스, 1620

프리기아(소아시아)의 산지 마을에는 아주 아름답고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 있다. 하나는 ‘보리수’고, 다른 하나는 ‘참나무’다. 하나의 줄기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다니. 어떤 사연이 있을까? 올림푸스의 최고 신인 주피터(제우스)와 전령의 신인 머큐리(헤르메스)는 인간 세상을 살펴보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프리기아의 한 마을을 방문한다. 하지만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때 가난한 오두막집들 중에서도 가장 초라한 집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은 그 집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들이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면서 따뜻하고 친절한 얼굴이 나타났다. ‘바우키스’라는 이름의 노파는 허기진 나그네들을 기쁘게 맞이하면서 변변치 않은 저녁식사지만 ..

미술 2023.04.20

만종, 장프랑수아 밀레, 1857

한 뼘 길이만큼의 짧은 삶에서 진정 우리의 소망은 무엇에 있는가? 시편 39장 5.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You have made my days a mere handbreadth; the span of my years is as nothing before you. 찬송가 552장 한번가면 않오는 빠른 광음지날때 귀한 시간 바쳐서 햇빛되게 하소서 어떠한가? 오늘 나는 누구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을까? #아침해가돋을때 https://youtu.be/A32uT4Jj074만종, 1857-1859년. Musée d'Orsay, 파리, 장프랑수아 밀레.

미술 2023.04.19

몽유도원도, 안견, 1447

조선조 최고의 황제로 대왕으로 추존된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바깥쪽은 보상당초문(寶相唐草文)으로 푸른 비단에 몽유도원도라는 제첨(題簽)이 붙어 있으며 안평대군의 발문이 적혀 있다. 世間何處夢桃源 野服山冠尙宛然 著畵看來定好事 自多千載擬相傳 後三日正月夜 在致知亭因故有作 ;淸之 이 세상 어느 곳이 꿈꾼 도원인가 은자(隱者)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선하거늘 그림 그려 놓고 보니 참으로 좋을시고 여러 천년 전해지면 오죽 좋을까 그림이 다 된 후 사흘째 정월 밤 치지정(致知亭)에서 다시 펼쳐보고 짓는다. ;청지 씀 몽유도원도의 정신적 배경은 안평대군이 꿈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흘 만에 완성한 것이다. 왕자의 사생활이 엄격히 감시되던 당시로 볼 때, 무릉도원의 꿈을 그림과 찬문(讚文)으로 남기는 ..

미술 2023.04.18

조토, 유다의 입맞춤, 1302

예수는 체포됐다. 어둠을 뚫고 한 무리 사람들이 횃불과 창을 들고 몰려 왔다. 적의에 들끓는 시끌벅적한 무리의 앞장을 선 자는 노란 옷의 유다다. 유다는 예수를 감싸 안고 입을 맞추려 한다. 유다가 예수를 밀고하기 위해 예수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한다. 유다는 로마군에게 자신이 입을 맞추는 사람이 예수라고 알려주었다. 예수는 유다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꿰뚫어 보는 듯한 예수의 눈빛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조토의 이 벽화는 회화 역사에서 군중 격투 장면의 기원이 되었다. 군중이 격돌하고 창과 장대, 횃불이 부딪치는 장면은 파올로 우첼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수많은 화가가 재연하고 모방했다. 조토는 유다와 예수를 화면의 정중앙에 배치하지 않았다. 두 인물이 화면 중앙에 있었다..

미술 2023.04.16

고야, 자화상, 1825

Aun(아직), aprendo(배우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텁수룩한 머리카락과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센 고령의 노인,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겨우 서 있는 이는 고야 자신이다. 지팡이를 짚은 손은 의외로 단단하고 굳세어 보인다. 배경은 어둡고 깜깜하지만 어느 한 곳을 바라보는 눈빛은 날카롭다. Francisco Goya 1825년 70세가 넘은 그의 말년에 그린 작품으로, 늙음과 질병 조차도 자신의 길을 막지 못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어떠한가? 팔순을 앞둔 천재화가 고야의 삶 또한 이러할진데, 평범함에 하나를 더하지도 못하는 나의 삶에 배움이 없다면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Aun(아직), aprendo(배우다), 배움. 가장 겸손함. 정성껏 나머지 삶을 채워 볼 일이다. #고야.검..

미술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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