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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4

박수근, 귀로, 1964

신작로에 늘어선 나무를 따라 보따리를 이고 귀가하는 아낙네들. 나무와 여인, 어려운 시절 그리고 삶, 우물과 빨래터를 넘나들었던 어머니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아시는가? 그들은 서로가 이방인이었다. 도시는 그렇게 이방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각자의 길로 빠르게 흩어 사라진다. 어떠한가?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고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커져버린 서울, 규모가 커진만큼 삶의 규모 또한 커지게 마련이고, 삶의 속도 또한 빠름빠름빠름이다. 귀로(歸路) 오늘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누군가는 또다른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박수근, 귀로, 1964, 하드보드에 유채, 23.3×14.2cm, 국립현대미술관#박..

미술 2023.10.14

절규, 뭉크, 1893

다시 절망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리고 이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절망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절망 속에 살아가는 것이고, 잠시나마 절망을 망각하고 살아갈 수는 있지만 절망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키에르케고르는 사람이 절망이라는 병에 걸리게되면, 아무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살거나, 남들 사는대로 따라 살거나, 자신만의 고집에 매달려 살게끔 된다고ᆢ 그러므로 이러한 절망은 결국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말한다면, 죽음은 모든 것의 최후이기에, 생명이 있는 동안만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은 절대로 모든 것의 최후가 아니며, 죽음은 또한 모든 것을 포함한 영원한 생명..

미술 2023.10.11

장욱진, 자화상, 1951

당신은 지금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는가? 사는 것이 참 어렵지 않은가? 장욱진의 고향은 충청남도 연기군이다. 그의 집안은 대지주인 데다가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가문이었다. 장욱진은 4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는데, 온 가족이 자녀 교육을 위해 경성으로 이사하면서, 그는 경성사범학교부속보통학교(현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에 다녔다. 최고 수준의 사립 초등학교에서 그때 이미 유화를 접했다고 한다. 장욱진은 공부도 잘했던 터라 당시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립 경성제2고보에 당당히 입학했다. 유영국과 이대원이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장욱진의 부친은 상경한 이듬해 장티푸스로 숨졌기 때문에, 장욱진의 서울 생활은 어머니와 엄한 고모의 보호 아래 있었다. 그런데 평소 조용하고 얌전한 성품으..

미술 2023.10.06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앙소르, 1899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제임스 시드니 앙소르(영어: James Sidney Ensor, 1860년 ~ 1949년, 오스텐더)는 벨기에의 화가이다.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은 39세 때의 작품이다. 그때까지도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고, 어머니께 의탁하여 다락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생활도 20년째, 그의 관심 주제는 이었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근사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화술과 자신의 페르소나를 과시하고 가면적인 유희를 즐기며ᆢ 이 세상은 카니발(carnival,축제)때처럼 현란하고 기괴한 가면이 넘친다. 보여지고 싶은 모습 그대로 자신을 감추기 위한 가면, 실제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드러내고 부족한 것은 가려주는, 그래서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미술 2023.10.05

우물가의 여인, 안니발레 카라치, 16세기 이탈리아

"주여 물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요한복음 4장 13.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Jesus answered, "Everyone who drinks this water will be thirsty again, 14.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but whoever drinks the water I give him will never thirst. Indeed, the water I give him will become in him a spring of water welling up to eternal life." 우리는 평..

미술 2023.10.04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가정교사, 1739

추석 명절 당신의 집은 안녕하신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일원이 되고 때로는 이 가족의 울타리를 포근한 안식처로 때로는 벗어나고픈 굴레나 멍에로 여기며 성장한다. 그런데 가족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가족이라는 형태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족은 차라리 변화하는 존재, 아니면 일시적으로 머물러있는 '상태'에 더 가깝다. 아이들은 자라서 집을 떠나고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품에 있을 것 같던 아이들이 집의 현관을 열고 낯선 세계로 혼자 걸어나가는 순간을 뒤에서 바라본다. 샤르댕의 그림 는 바로 그 순간, 안락한 집을 떠나 밖으로 향할 채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

미술 2023.10.03

에드워드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

당신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언제인가? 먼 훗날 우리는 2020년 이전의 세계를 두 번째 '벨 에포크Belle Époque' 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2020년 2월 이후 세계는 역사책에서나 보던 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겪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웃 나라 일본의 유력한 정치인은 한낮의 선거 유세 도중 암살되었고 유럽의 여름 기온은 300년 이래 최고 폭염에 이르렀다. 팬데믹,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국제 경제의 위기 상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가 점점 암울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매우 우울하다. 마치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만 챙겨 먹는다 해도 노화를 늦출 수는 없다는 냉혹한 진..

미술 2023.09.27

마르크샤갈, 모성애와 바구니, 1974

당신은 어머니와의 어떤 기억이 있습니까? 에콜 드 파리École de Paris, 1차대전 후에 파리에 거주하던 이방인 예술가들을 일컫던 말이다. 떠나온 고향 비텝스크와 파리에서의 삶의 진솔한 풍경을 몽환적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으로 표현했던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그의 작품에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미술의 정신뿐만 아니라 러시아 예술 전통과 유대 신비주의의 깊이까지 담겨 있다. Maternité au bouquet original 색채 대비를 이용해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기쁨과 평화 그리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이 작품은 샤갈의 고향에 대한 추억과 영혼을 끌어안은 느낌을 주는 강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아이를 품에 안고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과..

미술 2023.09.26

반고흐, 선한사마리아인, 1890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아무 이웃도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37세의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지만, 세상에 행복의 빛과 풍요한 색감을 선물로 남겼다.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한 남자가 강도를 만나 빈털터리가 된 채 상처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다. 존경받는 율법교사도 경건한 레위인조차도 그냥 지나친다. 그를 보고 도와준 것은 천한 사마리아인이었다. 고흐의 그림 속의 네 사람, 멀리 가고 있는 제사장, 율법 책을 손에 들고 가는 레위인, 강도만난 죽어가는 자, 선한 사마리아인. 보석 상자가 열린 것으로 봐서 귀중품을 빼았기고 강도에게 얻어 맞고 몸을 못 가누고 있다. 제사장도 이를 외면하고 지나쳐 벌써 저멀리 여리고를 향해 내려가고 있고, 레위인도 율법..

고흐 2023.09.23

라파엘로, 스물세 살의 자화상, 1506

당신의 시간은 어디쯤인가? 라파엘로는 궁정화가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자주 왕궁을 출입했고 그 영향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었다. 〈스물세 살의 자화상〉은 라파엘로의 수려한 용모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그는 피렌체에 거주한 지 이미 2년을 넘기고 있었다. 젊은 시절 라파엘로는 언행이 바르고 교양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천재적인 실력을 갖추었음과 더불어 어느 누구와도 잘 지냈고,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칭송 받았다.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라파엘로, 율리우스 2세에 이어 교황 레오 10세에 이르는 시기에 바티칸 궁전의 벽화를 그렸고, 예술의 감동을 선사했던 그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한다. 어떠한가? 아름다운 청년, 라파엘로 비록 그의 죽음이 때이른 시기..

미술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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