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하얀 날, 당신에게도 세한(歲寒,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마음이 남아 있는가? 환갑을 바라보던 1844년 추사(완당) 김정희(1786~1856)는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중에 그의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그림과 편지를 보낸다. 세상의 도도한 풍조는 오로지 권세가와 재력가만을 붙좇는 것이다. 이들 책을 구하려고 이와 같이 마음을 쓰고 힘을 소비하였는데, 이것을 권세가와 재력가들에게 갖다주지 않고 도리어 바다 건너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 하고 있는 나에게 마치 세인들이 권세가와 재력가에게 붙좇듯이 안겨주었다. 사마천(司馬遷)이, “권세나 이익 때문에 사귄 경우에는 권세나 이익이 바닥나면 그 교제가 멀어지는 법이다” 하였다. 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