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 225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1818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밭을 가는 농부는 글을 읽는 서생을 부러워하고, 글을 읽는 서생은 밭을 가는 농부를 부러워한다. 대나무 광주리 옆에 대롱대롱 매달린 표주박 속 탁주와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저택에서 즐기는 산해진미도 실제로 먹고 마시는사람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더 진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시를 읽다 보면 농부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견디며 농사를 짓는 농부 본연의 삶은 도연명의 시처럼 절대 유유자적하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한다. 아마 현재와 과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시엔 견딜 수 없을 만큼..

미술 2023.07.02

빈센트반고흐, 구두, 1886

당신은 오늘 신었던 신발을 살펴본 적이 있던가? 고흐가 1886년에 완성한 는 화가로 전향한 그가 굶기를 반복하던 시절, 파리에서 그린 작품이다. 한 켤레의 낡은 신발, 막 벗어놓은 듯 신발 끈은 어지럽게 풀려 있고 한쪽 신발의 발목 부분이 접혀 있다. 마치 탈진한 사람처럼 푹 꺼져 있다. 주인은 신발 끈을 묶을 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헤지고 찌그러진 신발의 모양새가, 저택의 복도를 걸어 다니거나 마차에 올라 거리를 내려다보는 귀하신 분의 신발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신발은 흙길이든 도시의 골목이든 건설의 현장이든 정신없이 걷고 또 걷는 이가 주인일 것이다. 어떠한가? 이 신발 주인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하고 왔는지 벗어놓은 모양새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하루를 살기 위해 온 종일 신을 신고 고군분투하..

고흐 2023.06.30

이중섭, 달과 까마귀, 1953

당신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둥근 보름달이 떠 있는 푸르른 하늘. 무리를 향하여 내려오는 까마귀 한 마리, 맨 오른쪽 까마귀가 날아오며 무리를 향해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화면 중앙에 앉아 있는 녀석은, 몸은 무리 쪽으로 향하면서 고개는 날아오는 녀석 쪽으로 돌려 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맨 왼쪽 녀석도 아래쪽을 보면서 마치 오라고 부르듯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남덕 군 그동안도 건강한가요? 덕분으로 일주일쯤 전에 무사히 서울에 닿았소. 6월 25일부터의 대한미술협회와 국방부 주최의 미전[경복궁 미술관에서 열림. 를 출품해 큰 호응을 얻었다.]에 석 점을 출품했소. 모두 100호, 50호크기의 작품들인데, 아고리의 작품 세 점이 제법 좋은..

이중섭 2023.06.26

금강전도, 겸재(謙齋) 정선, 1734

지금까지 당신의 삶은 어떠했던가? 그렇다면 앞으로의 당신의 삶은 어떠할까? 마른 양지길이 있기도 했지만, 종종 질척한 음지의 길도 걸어왔을 것이다. 조선 영조시대 겸손한 선비로 불리기를 바랬던 겸재 정선이 금강내산(金剛內山)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금강전도》를 인용해보면, 바위산(양)과 흙산(음)이 마주해 동그랗게 순환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정선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역의 기본 8괘의 기본인 음양론의 핵심은 '서로를 완성해 주는 관계'다. 우리네 삶도 비슷한 구조다. 동전의 양면처럼 두 모습이 존재한다. 자연 세계도, 인간 세계도, 지속되는 좋은 일도 없고 지속되는 나쁜 일도 없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고단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평온한 행복의 시간이 온다. 또한 지..

미술 2023.06.24

펠릭스발로통, 소나기, 1894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19세기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도시는 끝없이 행진할 뿐 결코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도 갑자기 쉬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하던 일과 가던 길을 멈추고, 비를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펠릭스 발로통(1865∼1925)의 1894년 작 석판화 ‘소나기(L‘Averse)’는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대도시 파리 시민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파리의 대도시화는 19세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8세기에 대략 50만∼60만 명에 그치던 파리 인구는 1831년에 78만여 명, 그리고 1846년에는 마침내 1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지주, 부르주아, 고위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5%의 상류층이 부의 75.8%를 차지했고, 육체노동자로 이..

미술 2023.06.22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매화초옥도, 19세기 전반

당신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소식을 기대하는가? 눈 덮인 흰 산, 잿빛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산속 초옥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친구를 기다리며 피리를 불고 있는 초록빛 옷의 오경석과 화면 왼쪽 하단에 거문고를 메고 벗을 찾아가는 붉은 옷차림의 전기의 모습, 한겨울 깊은 산 속의 초옥에 홀로 거(居)하고 있는 벗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 오른쪽 아래의 '역매인형초옥적중(亦梅仁兄草屋笛中,역매 오경석이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이라는 글귀로 미루어, 초옥에 앉아 있는 인물은 역매 오경석이란 인물이고,홍의(紅衣)의 인물은 전기 자신임을 짐작한다. 둘은 즐겨 그림에 대한 심미안을 나누었던 절친한 친구로서 매화 향기는 경조부박한 외부로부터 이 초옥을 막아줄 것이고 이..

추사 김정희 2023.06.21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추사의 초상화, 1857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인데, 당신의 죽음이후 후대가 당신을 평한다면 어떻게 쓰여지기를 바라는가? 추사의 김정희의 말년은 어떠했는가? 결국 추사는 63세인 1848년 12월 6일 만 8년 3개월 만에 유배에서 풀려났다. 벗인 조인영과 권돈인(權敦仁, 1783~1859), 제자 허련(許鍊, 1809~1892) 등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해배되었다. 이듬해인 1849년 1월 7일에 제주도 대정현 유배지를 떠난 추사는 서울로 돌아와 한강변에 머물며 계속 글씨를 쓰는 등 작품 활동을 했다. 하지만 1851년 7월 22일, 66세의 추사는 진종(眞宗, 1719~1728)의 조천(遷) 문제로 또다시 함경도 북청에 1년여간 유배되었다. 진종은 영조의 큰아들로 일찍 죽어 진종으로 추존되었다. 조천이란 종묘에서 5대..

추사 김정희 2023.06.18

폴고갱, 자화상, 1903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스스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죽은 것은 스스로를 변화 시키지 못한다. 단지 상황이 그것을 바뀌게 할 뿐이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다. 그저 썩어가는 것이다.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된다. 아이를 크게하는 것은 아이의 내부에 있는 힘이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다. 세월이 가면 육탈이 되어 뼈만 남게된다. 죽은 것을 바뀌게 하는 것은 내부의 힘이 아니라 외부의 힘이다. 바람과 비와 세월과 미생물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부의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는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죽어있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단지 상황과 환경의 희생자일 뿐이다.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떠한가?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미술 2023.06.18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무엇에 생명을 걸어본 경험이 있던가? "그래, 내 그림들. 이를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말미암아 내이성은 반쯤 망가져 버렸지." 1890년 7월 27일 프랑스 오베르의 초라한 다락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고흐가 발견되었다.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던 고흐의 품속에는 동생 테오에게 썼던 부치지 못한 편지글이 있었다. 7월 29일 그림에 생명을 걸었던 고흐는 사랑하는 동생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고 썼던 그의 삶의 비장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고흐는 평생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으나 현재 우리에게는 고흐의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고,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슬픈 삶을 떠올리게 된다. 이란 그..

고흐 2023.06.16

십자가에서내려지는예수,루벤스, 1612

후회없는 선택은 무엇인가? 플란더스의 개, 파트라슈가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강한 빛이 십자가형으로 영혼이 떠난 예수의 신체에 집중되고, 예수를 염려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큰 대각선의 구도와 함께 처형에 지친 인물과 고뇌에 빠진 인물들의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먹구름 가득한 어두운 배경과는 달리 인물들의 표정에는 환한 빛이 가득하다. 루벤스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 강렬한 빛을 살린 표현으로 그림을 극대화한다. 예수님의 모습은 절제되고 극적으로 그려져 있다. 먹구름 가득한 어두운 배경 중앙에는 나무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의 중심에 손과 발, 옆구리, 얼굴이 피로 범벅된 예수님의 시신이 있고, 사람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고 있다. 십자가 ..

미술 2023.06.1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