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고흐, 어머니, 1888

풍선(balloon) 2023. 5. 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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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마음에 자리해있는 어머니는 어떤 모습인가?

1888년,

고흐는 룰랭 부인을 단지 한 사람의 유모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어머니이며, 은혜와 축복을 주는 존재로 그리려고 했다.  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고향인 네덜란드의 준데르트가 그립고, 어머니와 같이 지내던 방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아마 그는 룰랭 부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작품에 투영했을 것이다.

작품을 보면 화면은 온통 녹색으로 가득하다. 배경을 차지하는 벽지의 아주 짙은 톤에서 모델의 윗도리의 녹색 톤, 마지막으로 치마의 옅은 녹색까지 단계적으로 톤이 옅어진다. 이것은 고흐가 상당히 치밀하게 녹색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의 윤곽선은 단단하고, 화면은 그림자 하나 없이 밝다.

모델의 왼손이 오른손을 위에서 감싸는 모양인데, 다른 네 점의 룰랭 부인 초상화에서도 똑같은 포즈로 등장한다. 손에 쥐고 있는 요람의 줄도 똑같이 그려졌으며, 이는 마치 천주교의 묵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흐는 여기서 마치 성모처럼 보이기도 하는 프로방스의 건강한 어머니인 여성,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머니기도 한 영원 불멸한 여성을 그린 것이다.

어떠한가?

1888년,
아를에서 고흐는 어머니를 그린다.

어떻게 그렸을까?

고흐는 당시 많이 쓰던 노란색을 극히 절제하고 검은색과 초록색으로 색상을 단순히게 사용했다. 일흔이 다 된 노인이지만 어머니의 인상은 매우 건강해 보인다. 표정은 밝고 힘차며 눈동자는 형형하다. 돈 많은 귀부인은 아니며, 검소하면서도 굳은 신앙을 간직한 노부인의 당당함이 그림 전체에서 묻어난다.

비록 오랜기간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감사함이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지역, 아를르에 거주하면서 만난 우체부 룰랭은 부인과 함께 고흐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쫓아내려고 했을 때도 그 가족만은 고흐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특히 고흐가 1888년 12월에 정신발작을 일으켜 귀의 일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했을 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또 고흐의 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약 열흘 동안 다섯 통의 편지를 동생 테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처한 고흐에게 항상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고흐가 나중에 병원에서 퇴원하고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비록 룰랭이 우체부로는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닐지는 몰라도 그의 성품은 너무나 훌륭해서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라 할 정도였다.

어떠한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니 친절하라고 전했던 철학자 플라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던 고흐가 느꼈던 룰랭 가족의 그 친절함이 롤랭 가족의 초상화 그리고 기억속의 어머니라는 선물을 후대인 우리에게 남기게 된 것 아닐까?

오늘도 150년전 고흐처럼 힘든 싸움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 롤랭가족처럼 환대를 베풀어 볼 일이다.

*Don McLean/Vincent/1971
https://youtu.be/Ooi2yP_v9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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