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신었던 신발을 살펴본 적이 있던가?
고흐가 1886년에 완성한 <구두>는 화가로 전향한 그가 굶기를 반복하던 시절, 파리에서 그린 작품이다.
한 켤레의 낡은 신발, 막 벗어놓은 듯 신발 끈은 어지럽게 풀려 있고 한쪽 신발의 발목 부분이 접혀 있다. 마치 탈진한 사람처럼 푹 꺼져 있다. 주인은 신발 끈을 묶을 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헤지고 찌그러진 신발의 모양새가, 저택의 복도를 걸어 다니거나 마차에 올라 거리를 내려다보는 귀하신 분의 신발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신발은 흙길이든 도시의 골목이든 건설의 현장이든 정신없이 걷고 또 걷는 이가 주인일 것이다.
어떠한가?
이 신발 주인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하고 왔는지 벗어놓은 모양새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하루를 살기 위해 온 종일 신을 신고 고군분투하다가 집에 돌아와 그 신을 벗고 안식을 취하는 삶,
어디 그 삶이 이백여년전 고흐에게만 일까?
지금의 우리 또한 하루 하루가 희노애락의 삶 아니던가?
어떠한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했던 동주 시인의 詩心으로 인함일까?
성숙하게되면, 각자의 삶에 경외敬畏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나 가끔 당신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느껴본 적은 없는가?
어떠한가?
한 해의 절반을 돌아온 오늘,
혹시나 당신 또는 누군가에게 오늘이 그런 날은 아니던가?
오늘 신었던 누군가의 신발을 살펴본 적이 있던가?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인디언들의 속담에서처럼,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있도록 격려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의 이유임을 나는 확신한다.
벌써 반년이다.
사랑만하기에도 짧은 시간들이다.
#빈센트반고흐, #구두, 1886, 캔버스 위에 유채, 38.1×45.3cm. 암스테르담, 반 고흐미술관 소장.
#벌써반년
#반고흐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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