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생명을 걸어본 경험이 있던가?
"그래, 내 그림들. 이를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말미암아 내이성은 반쯤 망가져 버렸지."
1890년 7월 27일 프랑스 오베르의 초라한 다락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고흐가 발견되었다.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던 고흐의 품속에는 동생 테오에게 썼던 부치지 못한 편지글이 있었다.
7월 29일 그림에 생명을 걸었던 고흐는 사랑하는 동생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고 썼던 그의 삶의 비장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고흐는 평생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으나 현재 우리에게는 고흐의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고,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슬픈 삶을 떠올리게 된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란 그림에는 화가가 느꼈던 절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가 기쁨에 차서 예찬했던 자연의 요소들은 이제 위협적이다. 너무 익어버린 밀은 더 이상 부드럽게 살랑거리지 않고 맹렬하게 이글거리는 화염처럼 강하게 요동친다. 하늘은 어두워졌고 물감자국 같은 거대한 까마귀 떼는 죽음을 예고하는 것처럼 관람자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이 그림의 구성도 불안정하다. 지평선을 향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거친 세 개의 길에 의해 전경으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양 측면으로 난 두 길은 캔버스 밖으로 사라지고 있는 반면, 중앙에 난 길은 갑자기 끊어졌다. 반 고흐처럼 보는 이들도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어떠한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고흐의 실질적인 유작으로 여겨진다. 이 그림은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인 1890년에 그려졌다. 같은 해 7월, 반 고흐는 권총자살을 시도했으며 중상을 입은 채 고통스러워하다 7월 29일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삶속에서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며, 선택을 강요당하지만, 선택한 길이 막다른 길임을 깨달았을 때 절망하지 않던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절망 속에선 뒤엉킨 원경과 근경처럼 뒤범벅되어 하나의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다가올 그런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 때, 세상은 어느 누구와도 친밀할 수 없음을 알게되고, 모두가 무관한 것처럼 느껴진다.
온전하게 고립된 그 순간 우리는 까마귀 떼처럼 날아드는 ‘죽음’을 떠올리곤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세상속의 시름을 가슴속에 고스란히 담고, 어둡고 낮은 하늘과 까마귀 떼, 그리고 세 갈래의 갈림길을 헤메었다면,
고흐의 슬픔과 고독, 절망을 공감하였다면,
비록 지금의 우리의 삶이 너무나 평범하거나 비루하게 느껴질지라도,
별이 빛나는 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했던 고흐의 위로를 전한다.
https://youtu.be/Ooi2yP_v9IM
Vincent van Gogh (1853-1890), Wheatfield with Crows, 1890, Oil on Canvas, 50.5 X 103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F779
#서양미술사 #양민영
#빈센트반고흐(1853~1890)
#후기인상주의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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