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반고흐, 선한사마리아인, 1890

풍선(balloon) 2023. 9. 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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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아무 이웃도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37세의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지만, 세상에 행복의 빛과 풍요한 색감을 선물로 남겼다.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한 남자가 강도를 만나 빈털터리가 된 채 상처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다. 존경받는 율법교사도 경건한 레위인조차도 그냥 지나친다. 그를 보고 도와준 것은 천한 사마리아인이었다.

고흐의 그림 속의 네 사람,

멀리 가고 있는 제사장,
율법 책을 손에 들고 가는 레위인,
강도만난 죽어가는 자,
선한 사마리아인.

보석 상자가 열린 것으로 봐서 귀중품을 빼았기고 강도에게 얻어 맞고 몸을 못 가누고 있다. 제사장도 이를 외면하고 지나쳐 벌써 저멀리 여리고를 향해 내려가고 있고, 레위인도 율법 책을 옆구리에 끼고 가고있지만 죽어가는 자를 지나쳐 여리고로 내려 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 때, 죽어가는 자를 말에 태우는 사마리아인. 상처 입은 남자의 무거워진 몸을 힘을 다하여 일으켜 세우는 사마리아인의 자세를 본다. 주인인 사마리아인을 도와 죽어가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나귀의 자세도 안정적으로 태우려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어떠한가?
사마리아인이 누구인가?

이스라엘 북부의 사마리아는 지리적 여건상 일찍이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로마 제국을 비롯한 이민족에게 점령을 당하기 일쑤였고, 그런 와중에 혼혈아가 많았던 곳이다.

유대인들은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던 구약의 계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마리아인을 개로 비유하면서 멸시하였다.

예수님께 어느 율법교사가 던진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알고있다.

고흐는 이렇게 묘사했다.

그림 왼쪽에는 모든 재물이 사라진 빈 상자가 나뒹굴고 있고, 그 뒤로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가는 사제와 레위인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이들이 사라져가는 그 길과 그 끝은 가물거리고 모호하기 그지없다. 이들에대한 데생 또한 명확하지도 않고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한 모습이 신앙의 본분인 이웃사랑을 망각한 부끄러움을 나타낸 듯하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자신의 나귀에 올려 태우며 그의 생명을 구하려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무게를 이기려고 뒤로 젖혀진 상체와 머리, 힘을 받으려고 나귀에 밀착하여 신발 위로 들린 오른쪽 다리, 그를 밀고 있는 어깨와 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어떠한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더할나위없이 풍요로운 한가위에 혹시나 이 풍요로움으로인하여 우리의 이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니던가?

서로 기대어 사는 형상인 사람(人)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풍요로워지는 것일진데,

사람이 음식이나 물질이 없어서 죽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의 어려움과 고립으로 죽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떠한가?

날개가 없이는 새가 날 수가 없고,
물이 없이는 물고기가 살 수가 없는 것처럼, 어려움을 함께할 존재가 없이 고립되어 있을 때, 아마도 사람은 이미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고흐에게 필요했던
진정한 이웃은 누구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참 이웃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진정으로 나는 그 이웃인가?

레프 톨스토이를 인용해 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Vincent van Gogh,
The Good Samaritan, 1890년, 캔버스에 오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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