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독을 아는가?
다빈치가 예순 살에 그린 <자화상>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한 노인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소묘 작품이다. 그림 속 화가는 이미 자신의 탁월한 재능을 세상에 펼쳐 보였지만 성취감이나 희열과는 거리가 먼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림 속 깊게 패인 주름은, 삶이란 밖으로 보여지는 성취가 아니라 내면에 침잠된 깨달음의 경지를 터득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깨달음의 경지란, 곧 절대 고독의 경지와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다빈치의 관심사는 외부의 현상과 사물이 아닌 고요하게 흐르는 내면의 세계였던 것이다.
소묘로 된 <자화상>은 다빈치가 밀라노에서 로마로 이주하던 시기에 그린 것이다.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밀라노에서 안주할 수 없게 된 다빈치는 로마로 건너갔지만 교황 레오 10세 Leo X, 1475~1521 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당시 다빈치는 예순이 조금 넘은 나이였다고 하니 <자화상> 속인물은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숱이 적고 곱슬곱슬한 화가의 머리카락은 덥수룩한 긴 수염과 만나 아래로 흘러내리며 주름진 얼굴에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빈치는 엄격한 삶을 살았고 말과 행동에 교양이 넘쳤다. 또한 건장한 체구에 다른 사람보다 힘이 몇 곱절 셌는데, 심지어 말의 편자를 한 손으로 구부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 평소 호기심이 많았고 대자연을 탐구하는 데 조금도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깊이 사색하는 데 보냈다.
어떠한가?
메디치 가문 출신인 레오 10세가 교황이 되면서 피렌체 출신의 유명 예술가들은 대거 로마로 이주하게 된다. 로마는 이제 세계의 문화 수도가 된다.
1513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로마에 왔지만, 레오 10세가 가장 아낀 예술가는 라파엘로였다.
브라만테가 사망하자 베드로성당 신축공사 책임자 자리도 라파엘로에게 넘긴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어릴 때 친구였지만 그의 괴팍함을 잘 알기에 그에게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소유 산로렌초 성당의 파사드를 완성해 줄 것을 의뢰하며 멀리 보냈다.
이탈리아를 침공하기 위해 온 프랑스의 젊은 왕 프랑수아 1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소개해 준 사람도 레오 10세다.
어떠한가?
2007년 11월에 네이처지가 선정한 인류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에 가장 창의적인 인물,
그 천재 또한 사랑받지 못함을 느낀 그 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기를 알아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프랑스로 떠나가게 되었다.
다빈치는 고독할 때 영혼이 가장 맑고 깨끗해지며, 혼자일 때 자연을 정확히 감지할 수있다고 생각했다.
“혼자일 때 비로소 인간은 완전한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만약 누군가 곁에 있다면 반쪽의 자신만을 만날 뿐이다"
혹시라도 오늘
당신이 완벽하게 혼자라고 느껴진다면,
고독이 친구하자고 노크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다빈치와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60세, Leonardo da Vinci(1452-1519)
#자화상, 34.3x24.5cm,토리노왕립도서관
#레오나르도다빈치
#자화상 #천빈
'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폴고갱 1, 자화상, 1903 (0) | 2023.06.14 |
---|---|
장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1767 (0) | 2023.06.13 |
샤갈, 나와 마을, 1911 (3) | 2023.06.11 |
클림트, 죽음과 삶, 1915 (0) | 2023.06.10 |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9 (0) | 2023.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