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샤갈, 나와 마을, 1911

풍선(balloon) 2023. 6. 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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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프랑스의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러시아에서 태어나 파리에 진출한 후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린다.

유대인인 그는 러시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시골의 미술 학교를 거쳐 페테르부르크 왕실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1910년(23세) 파리에 유학, 아카데미 쥘리앙에서 공부하면서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는다.

샤갈의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은 파리에서의 1911년 작품이다.

"나는 묘화(描畵)의 대상을 러시아에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파리는 그 위에 빛깔을 주었던 것이다"라고 샤갈은 말하였는데 사실에 있어서 파리에서 제작된 이 그림에도 갖가지 작가의 고향의 추억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

유소년기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깃들기 마련이다.

일제강점기 1936년 시인 백석은 타향에서 몹시 아픈 어느날, 고향사람 아버지 친구인 의원임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그 손길의 따스함으로 아팠던 곳이 나았음을 고백한다.

고향(故鄕)_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나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당신에게는 떠나온 고향이 있습니까?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1911. Oil on canvas. 191 x 150.5 cm.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NY,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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