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9

풍선(balloon) 2023. 6. 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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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옛날이 지금의 당신을 본다면?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 칼집에서 빼내어 그 칼로 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니,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 용사의 죽음을 보고 도망하는지라. 이스라엘과 유다 사람들이 일어나서 소리 지르며, 블레셋 사람들을 쫓아 가이와 에그론 성문까지 이르렀고, 블레셋 사람들의 부상자들은 사아라임 가는 길에서부터 가드와 에그론까지 엎드려졌더라.” (사무엘상 17장 51절~52절)

그림을 보면 평범한 다윗과 골리앗의 그림 같다. 그런데 카라바조는 다윗의 얼굴에는 젊었을 때의 자신을 그려 넣었고, 골리앗의 얼굴에는 현재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한마디로 이 그림은 젊은 카라바조가 애처롭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성찰의 그림이다. 자신의 삶이 어찌나 비루하고 초라한지, 청년 카라바조는 현재의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다.

카라바조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1610)에서는 골리앗의 표정을 집중해 봐야 한다. 다윗의 손에 들린 골리앗은 참으로 황망한, 자신의 죽음을 용납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데 골리앗의 얼굴은 바로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다. 더 놀라운 것은 다윗의 얼굴 역시 젊은 카라바조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젊은 카라바조가 나이 든 카라바조를 죽인 것이다.

최고의 화가를 꿈꿨으나 결국에는 도망자가 된 자신의 모습, 카라바조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폭력적이고 어둠 속에 있는 자신을 수용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을 갈망하면서 이 그림을 그렸다.

어떠한가?

화가 카라바조는 사소한 싸움이 번지는 바람에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던 단검으로 그만 친구를 찔러버렸다. 살인자로 몰린 카라바조는 로마의 남쪽 나폴리, 시칠리아 섬으로 도망자의 신세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지인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교황의 사면을 간청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그는 연민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림 하나를 그린후 로마 교황에게 향한다. 하지만 가는도중 풍토병에 걸려서 객사하고 만다.

어떠한가?
한없이 비루하고 안타까운 인생아닌가?

카라바조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거의 당신은 현재의 당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

과거의 당신이 기억나는가?
지금의 당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혹시 4백여년전
카라바조의 모습이
지금 당신의 모습은 아니던가?

평생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완벽을 기약하며 살아왔던 당신,

토닥토닥 당신을 위로해 본다.

어떠한가?

이제는 남의 시선이 아닌
당신의 시선으로 남은 삶을 뚜벅뚜벅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9~1610, 캔버스에 유채,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그림의진심 #김태현
#카라바조 #다윗과골리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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