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의 인명을 앗아간 흑사병이 '암흑의 시대 (The Dark Ages)'로 불리기도 하는 중세시대의 유럽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죽음에 관해 깊게 사색하기 시작했다.
1346년과 1353년 사이에 적게는 7,500만, 많게는 2억 명의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 주민들이 흑사병에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심각한 기근과 전쟁도 많이 터졌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나는 새를 떨어뜨린다는 사회 각계각층의 권세가도 절대로 이길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죽음은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들도 때가 되면 다음 세상으로 데려간다. 심지어 세상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5살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의 죽음은 긍정적인 변화도 일부 가져왔다. 노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부동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생존한 노동자의 가치는 올라갔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 다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남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임금의 상승이 무슨 소용이겠냐는 심정일 것이다. 차라리 그들과 함께 무덤에 묻히는 것이 나았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전까지 서민을 짓누르던 봉건제도는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장자에게만 유산을 물려주던 풍습도 바뀌어 딸들도 상속인의 자격을 갖게 되었다. 또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의학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스위스의 헤르메스'로 불렸던 천재 의사 파라켈수스와 오늘날 예언가로 더 잘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의사들도 흑사병의 공포가 완전히 잠들기 전의 시기에 활동하며 암흑시대의 종말과 르네상스 시대의 개벽에 기여했다.
어떠한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 때로는 전염병 같은 불가항력의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이후의 세계,
세상의 변화가 아찔하다.
삶의 모양새의 변화들 또한 상상 이상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불변의 진리는 모든 생명에는 시한이 있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니던가?
매순간 자신에게 성실함과
나아닌 다른사람에게의 친절함,
온맘다해 온몸다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스홀바인, 자화상, 1543년, 260×320,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죽음의무도 #윤민
#한스홀바인 #흑사병
#코로나이후 #삶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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