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세한도, 논어, 장무상망, 1844

풍선(balloon) 2023. 4. 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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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1844년 제주도 유배지에서 귀양살이하고 있는 스승 김정희에게 두 번씩이나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서 보내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하며 추사 김정희가 답례로 그려 준 그림이다.

지난해 ‘만학집’과 ‘대운산방문고’ 두 책을 부쳐 주고 올해 또 ‘황조경세문편’을 보내줬다. 이 책들은 세사에 늘 있는 책이 아니고 천만 리 머나먼 곳에서 몇 해를 두고 구한 책들로 일시에 얻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세상의 흐름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을 뿐이다. 이 책들을 구하기 위해 이렇듯 마음을 쓰고 힘을 썼으면서도 권세가 있거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보내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하고 깡마른 유배객에게 보내줬다.

공자께서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고 말씀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본래 사계절 없이 시들지 않는 나무다. 날씨가 추워지기 이전에도 소나무와 측백나무요, 추위가 닥친 후에도 똑같은 소나무와 측백나무인데, 성인께서는 특별히 날씨가 추워진 뒤에 칭찬하셨다.

지금 그대는 나에게 귀양 이전이라고 더 해준 것이 없고, 귀양 이후라고 덜 해준 것이 없다. 성인께서 특별히 칭찬하신 것은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니 추운 계절이라는 그 시기에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으셨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가?
이백여년전 추사의 마음이다.

유배 중인 중죄인에게 책을 보내다가는 자칫 정치적으로 모함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지만, 제자 이상적은 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것이다.

추사는 그 진심을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어떠한가?

장무상망(長毋相忘)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기를’이란 뜻이다.

세한도를 읽다가 보면,
지금의 우리는 각박한 세상살이를 핑계로 소중한 가치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니던가?

오래오래 서로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산다면 석기시대의 삶일까?

어쩌면 우리는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는 핑계로 모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떠한가?
그래서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

세한도에 찍힌 인장의 글귀인 '장무상망'이 더이상 글로써만으로 여겨지지 않는 세상이기를 나는 바라고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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