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은 땅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풍요로운 결실을 희망하며 모질고 힘든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는 그들의 숭고한 삶의 현장을 놓칠세라 화폭에 옮깁니다. 그들의 몸에 익은 하나하나의 율동은 가을 그 대단원의 영광을 위하여 지칠 줄 모르고 반복됩니다.
자신들이 태어난 바로 그 땅에 희망을 심고 그 결실의 열매를 기다리는 엄숙한 과정을 빛나는 태양의 축복 속에 불평 없이 이어갑니다. 그들은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온 정성을 바치는 그 땅은 절대 속임수가 없습니다. 심은 대로 노력한 대로 열매를 맺어줍니다. 그들의 순수한 노력은 결실을 예언합니다.
모든 인간들의 삶과 죽음이 그들 농부의 그 삶에 비추어집니다.
저는 그 자연의 엄숙한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하고 정직한 삶을 화폭에 옮겨놓습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을 완성한 후 저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빨리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가 아는 사람이 석판을 가지고 있어 그림을 석판화로 찍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린 농부의 얼굴 표정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현실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체의 비례가 맞지 않아 몸에 비해 팔이 원숭이 같이 길고 앉아 있는 자세들이 어색하다는 것입니다. 이어 전체가 전혀 연관성이 없는 그림이라고 지적하며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너무 사전 준비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얼마나 많은 부분 그림을 그렸는지 모를 정도인데 사전 준비가 없었다니, 너무도 저를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인체 비례에 관한 지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들의 노동이 그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과장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어쨌든 그가 요구하는 것은 정확한 소묘와 사실적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그림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림은 그리려고 하는 대상의 내적인 요소들을 각자의 개성에 따라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보이는 것과는 상관없는 상징적 표현도 필요합니다.
제가 제일 그리고 싶어한 소재는 인물화입니다. 인물화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서 인간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 내면을 찾아 그리는 것은 항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입니다.
어떠한가?
프랑스의 시인
앙토냉 아르토를 인용해본다.
"반 고흐의 그림에는 유령도 없고 환영도 없고, 환각도 없다. 그것은 오후 두 시에 내리비치는 태양이 작열하는 진실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
생각보다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이 그림 앞에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시대를 관통하는 힘은
진실함에 있음을,
어쩌면 진실로인한 엄숙함,
그것이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감자먹는사람들, 1885년 4월, 짠 종이에 석판화, 28.4 x 34.1cm, 크뢸러 뮐러 미술관
#불멸의화가반고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고흐 #감자먹는사람들
#내영혼의자서전 #민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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