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 당신의 얼굴
그 얼굴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평생에 걸쳐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에 골몰 했었다. 그는 자신을 동양의 왕자로, 방탕한 귀족으로, 사도 바울이 되었다간 예수를 처형하는 형리로, 또는 거리를 전전하는 거지로 분장시켜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린 자화상과 초상화를 합한 작품이 무려 70여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초상화를 그린 작가는 미술사에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자화상이었을까?
단순한 자아도취로 인해 자신을 미화시킨 것이라 보기엔 평생에 걸친 그의 열정이 너무 진지하고도 깊다. 이렇게 많은 자화상과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은 단지 기념비적인 의미를 넘어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루벤스와는 달리 비참하고 궁핍한 말년을 보냈던 렘브란트는 더욱더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었고, 독자적이고 미묘한 명암과 색채를 사용하여 내면의 혼을 담아냈다.
그의 초상화를 인간의 영혼까지 담아냈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가 그린 그림 속 인물의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해낼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내면을 잘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가?
문득,
다가가 거울을 바라본다.
렘브란트처럼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복잡한 일상 속에서 간혹 잊고 사는 내 얼굴을 대하고 싶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솔직했으며, 양심은 잠들지 않는 목소리로 말 건네 왔는지, 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성실한 일상을 보냈는지를 묻고 싶다.
베란다 커튼을 타고 흘러온 빛이 얼굴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무언지 알듯 모를 듯 번지는 엷은 미소, 아니 엷은 울음이던가.
나는 조용히 가라 앉아 또다른 나를,
내 안에 있었지만 어느덧 잊고 살았던 나를 만난다.
어떠한가?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보기 좋은 나와 보고 싶은 나
모두가 그 얼굴 위로 떠오르는 듯하다.
그 얼굴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
렘브란트처럼.
#자화상(Self-portrait),렘브란트(Rembrandt), 1655, 48.9cmx40.2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나는그림에서인생을배웠다 #한젬마
#렘브란트 #자화상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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