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가?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제자 베드로,
중앙에 망토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베드로이며 그 옆에 애 띤 얼굴의 소녀가 대제사장의 집에서 일하는 여종이다. 소녀는 촛불을 갑자기 들이대며 당신도 한 패가 아니냐며 따진다.
조용히 숨어 있기를 바랬던 베드로가 원치 않은 여종의 주목으로 당황한다. 돌연한 발각으로 베드로의 심장이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두근거렸다. 베드로의 입술이 타 들어가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베드로가 우울쭈물하자,
소녀는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다'(눅 22:56)고 말한다. 베드로는 이 질문을 용기 있게 인정하거나 재치 있게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재치도 없었으므로 엉겁결에 부인하고 말았다. "여자여, 내가 저를 알지 못하노라."(눅 22:57)
그림 밑에는 갑옷 입은 군인들이 보인다. 여종의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베드로에게 꽂힌다.
군인들의 표정이 무시무시하다. 특히 뒤편에 모자를 눌러쓴 검은 피부의 군인은 더욱 험상궂어 보인다. 다그진 입술에다 눌러 쓴 투구, 음산한 분위기가 베드로를 압도할만하다. 예수님을 아는 것만으로도 가차없이 투옥시킬 것같다.
베드로는 겁에 질렸을 것이 틀림없다. 손발이 부르르 떨렸을 것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게다가 베드로 앞에는 칼이 놓여 있다. 그 칼은 베드로의 부인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베드로는 목숨이 달아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몇시간 전에 군병들의 귀를 베어냈던 용기는 온데간데 없다.
어떠한가?
제자 베드로의 부인,
오른쪽 상단에 포박을 당한 채 뒤를 돌아보는 그 인물이 베드로가 하는 말을 들으며 지켜본다.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눅 22:61)
그리스도께서는 비록 베드로에게 등을 돌리시고 심문을 받고 계셨지만 베드로가 하는 짓을 모두 알고 계셨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했을 때 그를 포기하고 아버지 앞에서도 그를 모른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 분은 베드로를 부인하지 않으셨다.
어떠한가?
베드로의 부인에도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부끄럽게' 하거나 그의 잘못을 폭로하시기 위해 '그를 부르시지' 않고, 단지 돌아만 보았다.(눅 22:61)
조용히 돌아만 보고 계셨다.
어떠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가?
그 때 당신의 눈길과 그 마음은 어떠했는가?
그 마음을 경험하고 이해하게 될 쯤, 당신은 이미 세상에 거인으로 서있음에 분명하다.
哀而不悲로다.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베드로, #렘브란트, 1660년, 154×169
#렘브란트
#성서그림이야기 #서성록
#배신 #돌이켜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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