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도나텔로, 막달라마리아, 1453

풍선(balloon) 2023. 7. 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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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그 아름다움으로 숨이 멈춰져 본 경험이 있는가?

그녀를 처음 보던 순간이 기억난다. 대략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는 누구의 작품인지도 몰랐지만 생기가 없는 눈빛으로 허공에 빈 시선을 두던 노파의 눈빛이 너무도 강렬했던 작품으로 남았다.

실제 사람 사이즈보다 살짝 큰 목조상인 '마리아 막달레나’ 는 동굴에서 오랜 기간 수행한 노파의 모습으로 변한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도나텔로는 젊고 아름다웠던 여인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허영을 멀리하며 예수의 가르침으로 동굴에서 만년을 보내며 노파가 되어버린 마리아 막달레나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욕망이나 욕심도 없는 주름진 그녀의 얼굴과는 반대로 오래 지속된 고된 수행과 금식으로 단련되어 단단한 마른 근육질의 육신은 대조적이다.

이천년전 뿐만아니라 오늘에도 여자의 흔한 이름인 마리아(메어리)는 헬라어로 '강하다'는 뜻이다. 구약시대의 발음은 '미리암'으로서 히브리어로 그 뜻도 또한 강하다는 뜻이다. 막달라 마리아라 부르는 것은 그의 고향이 막달라였기 때문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이 들렸던 여자로서, 예수께 병고침을 받은 후 줄곧 예수를 따라다닌 듯하다. 일곱 귀신의 지배를 받던 마리아는 정신 분열 증세가 있었다. 그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주 예수에 의해 자기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던 영혼의 분열이 깨끗하게 고침을 받게 되었다.

어떠한가?

도나텔로는 69세에 '막달라 마리아'를 제작했다. 채색 목조상인 이 조각은 '다윗'을 제작했던 같은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판연히 다르다.

신체의 찬미는 사라지고 누더기 같은 가죽을 걸친 막달라 마리아의 퀭한 눈과 움푹 파인 볼, 마른 팔다리는 노년의 신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손과 눈은 인간의 고뇌를 아는 사람만의 영혼을 느끼게 한다.

어떠한가?
도나텔로가 생각했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었을까?

도나텔로는 젊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탐스러운 머릿결, 빛나는 피부, 복숭아빛 입술, 탄력있는 부드러운 살로 채워진 아름다운 육체보다는 모든걸 버린 듯한 텅 빈 시선, 이가 빠져 합숙해진 초라한 입술, 너무 말라서 근육과 뼈가 드러나 보이는 초췌한 사실적인 모습의 노파 마리아 막달레나를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신에 대한 경외로 모든 허영과 편안한 삶을 버리고 신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살아온 마리아 막달레나의 진심과, 힘겨운 고행의 세월을 살아온 그녀의 시간들이 만든, 어쩌면 보기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인 모습들이 도나텔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간의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실제 작품을 보면 너무나 사실적이라 보는 이에게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게한다. 그리고 연민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이는 아마도 죽어서라도 신의 세상에 다다르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힘겨운 삶의 고통과 고난을 이기고, 힘든 수행과 기도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고달픈 삶에 대한 도나텔로의 연민과 통찰이 이 작품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가?

햇빛에 반짝이며 찰랑이던 황금빛 머리카락은 바짝 마른 나무 뿌리처럼 머리로부터 흘러내려와 온 몸을 휘감고 있다. 움푹 들어간 눈과 무언가를 말할 것 같은 입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다. 길고 깡마른 목을 타고 내려가면 깊게 파인 가슴과 쇄골에 찬바람이 일 것처럼 쓸쓸하기만 하다. 인생의 즐거움을 쫓아 분주하게 움직였을 발은 거친 맨발이 되었다. 마리아의 온 몸을 뒤덮고 있는 것은 머리카락도 아니고 옷도 아니요 지나온 삶, 그 자체일 것이다.

마리아가 두 손을 모았다.

아직도 손은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지만 세상에 속했던 이전의 손이 아니다.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통과 거듭남의 손이다. 그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모았다.

그 이유는 딱 하나,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십자가에 달린 주님이기 때문이다

어떠한가?
오늘 당신의 손은 무엇을 위하여 모아졌는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도나텔로, #막달라마리아, 1453~1455년, 나무에 채색, 188㎝, 두오모미술관,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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