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그림 이삭 줍기는 수확이 끝난 자리에서 낟알을 줍고 있는 세 여자를 그린 것입니다.
여자 셋이 허리를 굽혀 낟알을 줍고 있는데, 저 멀리 허리를 숙여 곡식을 베고 있는 사람들, 곡식단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사람들, 곡식단을 높이 쌓고 있는 사람들, 또 몇몇은 말이 끄는 수레에 곡식단을 싣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과 약간 거리를 두고 그림 우측에는 말을 탄 남자도 보입니다. 밭의 주인일 것입니다.
밀레가 멀리 세워놓고 희미하게 그린 이 사람들, 즉 말에 올라탄 주인을 비롯해 곡식단을 베거나 싣고 있는 이 사람들은 밭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허리 숙여 일하는 사람들이 종이든, 소작인이든 이들은 밭에서 품삮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주체들을 희미하게 배경으로 처리했습니다.
영주와 영주가 부리는 사람들을 희미하게 배경으로 처리하고, 그림의 복판 중앙에 추수 현장에 초대받지 못한 가난한 여자들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가난한 여자들, 머릿수건을 쓰고 팔에는각반을 두르고 두터운 치마를 두른 여자들이 그림 중앙에서 낟알을 줍고 있습니다. 남의 밭에서 한 알 한 알 떨어진 낟알을 주워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림의 주인공입니다.
'떨어진 이삭'은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를 위한 몫이었습니다. 밭의 주인이라도 손 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떨어진 이삭과 밭 모퉁이의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밭의 주인이라 해서, 밭에서 자란 모든 것의 주인은 아닙니다. 떨어진 이삭은 임자가 따로 있습니다. 밭 모퉁이에 핀 곡식도 주인의 것이 아닙니다. 밭 모퉁이에서 자란 곡식과 떨어진 이삭은 '가난한 사람(the poor)과 거류민(the alien)'의 것입니다.
장 프랑수와 밀레는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삭 줍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땅과 관련을 맺는 사람들은 계급을 가졌습니다.
땅의 주인 노릇을 하는 영주가 있고, 영주와 계약을 맺고 농사짓는 소작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주의 종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영주와 그의 종과 영주와 계약을 맺은 소작인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각기 차지하는 비율은 차등이 있었지만, 영주도 종도 소작인도 먹고 살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땅과 관계를 맺고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불의한 착취가 있었지만 먹고 살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도 아니요, 소작인도 아닌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소작이라도 짓고 싶고, 차라리 종이라도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착취를 당해도 먹고 살 수라도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떠한가?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오늘도 우리는 수확하고 떨어진 이삭과 밭모퉁이 열매는 남겨두어야하지 않을까요?
어느 시대이고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의 다수이고 어쩌면 주인공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들이 수확하고 떨어진 이삭과 밭모퉁이 열매를 그들에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열대야로 잠들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레19:9~10]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밀레 #이삭줍는여인들 #TheGleaners #1857년 #유화 #오르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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