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언제인가?
먼 훗날 우리는 2020년 이전의 세계를 두 번째 '벨 에포크Belle Époque' 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2020년 2월 이후 세계는 역사책에서나 보던 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겪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웃 나라 일본의 유력한 정치인은 한낮의 선거 유세 도중 암살되었고 유럽의 여름 기온은 300년 이래 최고 폭염에 이르렀다.
팬데믹,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국제 경제의 위기 상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가 점점 암울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매우 우울하다.
마치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만 챙겨 먹는다 해도 노화를 늦출 수는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깨달은 듯한 기분이다. 어느 순간 볼품 없게 늙어 버린, 근육이 다 빠져나간 메마른 팔다리와 물기 없는 피부를 발견하게 된다면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이라도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늙어 가는 세계를 다 같이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 예술은 어떤 실제적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에 비하면 팬데믹, 전쟁, 기후 변화는 인류의 삶을 정말로 끝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실제적인 위협이다.
좋은 시절, '벨 에포크'라는 말은 지나간 과거에만 성립할 수 있는 단어다. 봄날의 햇살처럼 환하게 반짝이던 우리의 시대는 이대로 끝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지난날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들은 어찌 보면 지나간 과거를 영원히 붙들어 주는 오묘한 마법 같은 존재들이다.
본질적으로 삶은 길고 삭막하며 지루할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간들, 다정하고 달콤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찬란하게 빛났던 젊음과 우리를 온통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사랑, 고단한 하루를 끝낸 후 편안하게 깃드는 밤, 새로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어떠한가?
예술 작품 속에서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그 위로는 나날이 우울해져 가는 세계에서 우리를 단단하게 붙들어 준다. 역설적으로 세상이 온통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예술에 굳이 기대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 이별, 젊음, 우정, 노동, 여행, 집, 자연처럼 우리가 살면서 매일 겪는 일들, 나무의 나이테 같은 이 세밀한 단면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이루고 인류의 역사를 이루게 된다.
예술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거창한 경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웅장한 미술관에 걸려 있거나 화려한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예술가의 눈으로 해석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된다.
어떠한가?
오늘 당신의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
당신의 삶의 기쁨과 슬픔이
예술로 표현 되는 그 순간,
우리의 삶은 예술이 되고
축제가 됨에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언제인가?
#EdwardHopper,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84.1 x 152.4cm, Art Institute of Chicago
#예술인간을말하다 #전원경
#에드워드호퍼 #밤을지새우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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