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자화상, 루벤스, 1623

풍선(balloon) 2023. 8.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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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이 없던시절,
초상화 특히 자화상은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바로크(Baroque),
포르투갈어로 ‘뭉개진 진주’,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로 대표되는 15세기를 거쳐 16세기가 저물어 갈 즈음 로마 교황청을 중심으로 가톨릭으로의 부활을 부르짖는 구교도들의 외침이 유럽을 뒤흔들었다.

건축과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조화와 균형, 인간미를 강조한 르네상
스풍에 맞서 거대한 스케일의 웅장함 속에 자유분방함과 불규칙성을 강조한 바로크풍이 새롭게 대두한 것이다.

바로크 음악의 최전선에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건축에 에를라흐(Johann Bernhard Fisc
her von Erlach, 1656~1723)가 있다면, 미술에는 단연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있었다.

그는 당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기사 작위까지 하사받은 매우 화려한 경력을 지닌 예술가였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가난하고 불행한 삶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경향이 있었지만, 루벤스는 예외였다.

그는 역대미술가 중 가장 부유했고, 아름다운 부인과 해로했으며, 제자들이 줄을 설 만큼 유명한 화가인 동시에 기사 작위까지 얻은 외교관이었다. 6개 국어를 자연스레 구사하며 고전에 대한 지식과 깊은 교양으로 이미 귀족 대접을 받던 궁정화가였으며, 죽을 때까지 막대한 부를 누렸다.

그의 화풍에서 과장되어 보이기까지 하는 인체묘사와 밝고 과감한 색채는 그의 본질적인 풍요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루벤스의 생생한 활기는 여전하지만, 자화상은 의외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소 즐겨 사용했던 과장의 미학을 자화상에서만큼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화상 속에는 그의 인생이 담겨 있어, 웅장한 그의 종교화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만큼 읽는 재미가 있다.

1625년의 〈중년의 자화상〉은 1624년에 귀족으로 봉해진 뒤 그린 것이다. 그림 속 루벤스는 화가라기보다는 귀족의 집에나 걸려 있을 듯하다. 그는 화가보다 귀족의 지위에 더 만족한 것일까?

그러나 그림 속 얼굴은 수척하고 피곤에 젖어 있다. 일상의 피로가 잔뜩 쌓인 것처럼 보인다.

예순두 살에 그린 <노년의 자화상>은 세상을 떠나기 1년전에 완성한 것이다. 주름진 화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보이며 매우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두운 배경과 겹쳐져 윤곽이 뚜렷하진 않지만 챙이 긴 기사 특유의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는 본인이 받은 기사 작위를 강조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당시 그가 대머리였다는 후문이 가발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른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은 중풍으로 뒤틀린 손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전한다.

어떠한가?

만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항상 보고 싶어했던 그림을 그린 화가 루벤스,

남겨진 그의 자화상을 통하여 우리는 바로크를 살다간 예술가이며 외교관이었던
거장巨匠의 인생을 배우는 즐거움에 여름밤이 깊어간다.

Ars longa, vita brevis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Self-Portrait, Peter Paul Rubens 1623 · Royal Collection Trust 런던

#화가들의수다 #백영주
#바로크 #루벤스 #자화상 #플랑드르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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