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피카소, 게르니카, 1937

풍선(balloon) 2023. 6. 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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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1937년 1월에 스페인 공화 정부에게서 파리 엑스포에 출품할 작품을 의뢰받았다. 그런데 당시 4월에 스페인 공화정 정부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 장군의 요청으로 나치가 바스크지방의 작은 마을인 게르니카를 폭격했다.

비무장 시민들을 상대로 한 만행으로 약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카소는 이 소식을 듣고 곧 작품의 주제를 바꿔서 한 달만에 끝냈다.

당시 그의 연인이자 피카소의 그림 모델이었던 사진가 도라 마르(Dora Maar, 1907년~1997년)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가로 7.8m, 세로 3.5m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작품을 단지 5주 만에 그렸다는 건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그는 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류의 양심에 호소하는 세기의 걸작을 만들었다. 반전을 표현한 그림 중에서뿐만 아니라 20세기 서양회화사에 빛나는 작품을 남겼다.

게르니카 앞에 서면 우선 그 거대한 크기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큰 그림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이 너무 커서 피카소는 사다리를 타고 막대에 붓을 매달아 그리기도 했다.

이 작품은 우선 흑과백, 회색의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신문의 사진을 크게 확대한 데서 느껴지는 그런 힘이다. 사실 <게르니카>는 당시 스페인 내전의 소식을 신문의 지면을 통해 전하던 전설적인 사진가인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년~1954년)의 영향도 받았다.

특히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아이의 시체를 붙들고 울부짖는 여인의 사진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불에 탄 건물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인물이 있다. 폭격의 장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그 옆에 길게 늘어진 얼굴의 여인이 팔을 길게 뻗어 촛불을 들고 있다. 얼굴 밑에는 별 모양의 손이 그려졌다. 여기서 촛불은 참상을 밝히는 진리의 빛을 의미한다.

촛불을 든 여인 밑에는 가슴을 보인 반 누드 상태의 여인이 있다. 그녀는 갑작스런 폭격에 집에서 무방비 상태로 뛰쳐나왔다. 그녀의 변형된 다리가 충격을 준다. 화면의 중앙에는 말이 그야말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말의 몸은 여기저기 분절된 모습으로 사물을 분할해 표현하는 입체주의의 기법을 보여준다. 한 가지 재미있게 눈여겨볼 것은 말의 코 부분이다. 코와 이빨을 확대해보면 바로 해골이 보이는데 이는 바로 죽음의 상징이다. 원래 초기 스케치에서 피카소는 이 부분에 주먹을 움켜쥔 팔을 수직으로 그려넣었는데 나중에 이것을 없애게 된다.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말의 머리 위에는 전등이 있다. 이 역시 촛불과 함께 진리의 빛을 나타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스페인어의 전등을 나타내는 단어인 'bombilla' 가 폭탄인 'bomba' 와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다. 이리저리 잘려 그려진 말의 다리 아래 사지가 잘려나간 시체가 나뒹군다. 그 참혹한 현장에도 꽃은 피어 있고, 죽은 이의 눈동자는 갈곳을 몰라 한다.

그림의 왼쪽에는 눈동자도 없이 죽어나간 아이의 시체를 안고 절규하는 여인이 있다. 하늘을 향한 그녀의 피맺힌 울음이 뻗어나가는 곳에 소가 입을 벌리고 서 있다. 둘의 입은 곧 맞닿을 것처럼 보인다. 작품 속 소와 말은 스페인 민중, 폭력, 죽음을 상징한다. 소의 얼굴 밑에 다른 스케치의 흔적이 있어 다른 눈 하나까지 어렴풋이 보이는 것을 보면 피카소가 이 부분을 수정하고 고심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어떠한가?

피카소의 게르니카,

이 작품은 처음에 사람들에게 잘 이해받지 못했다. 하지만 곧 영국과 미국을 거쳐 순회 전시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당시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던 시점에 <게르니카>는 20세기 최고 거장의 걸작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1973년 “스페인에 민주 정치가 부활되는 날에 게르니카를 스페인 땅으로 보내라.”는 죽음 전에 남긴 피카소의 유언에 따라서, 작품 게르니카는 게르니카의 비극을 만들었던 독재자 프랑코사후 1975년 11월 고국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950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은 게르니카에서의 민간인 피해자들에서처럼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흔적들을 남겨 놓지 않았던가?

2023년 5월 31일 오전 6시 32분쯤 서울시에 공습경보를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약 1분가량 울렸다. 이어 6시 41분에는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어떠한가?

서울지역 공습경보라니
우리는 지금 어디에있는가?

*피카소, 게르니카,1937년, 캔버스유채, 349.3cm×776.6cm,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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