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협롱채춘도(挾籠採春圖), 윤용, 조선 18세기

풍선(balloon) 2023. 5. 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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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는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가?

봄기운이 만연하면 아낙네들은 나물을 캐기 위해 들녘으로 나선다. 노동이라기 보다는 나들이에 가까운 것일텐데 이 풍경을 포착하여 화면에 담았다.

인물의 묘사는 조부 윤두서와 부친 윤덕희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법家法을 따랐으나 사실의 전달에 주력했던 조부나 부친의 풍속화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윤용'만의 진전된 회화적 성취가 느껴진다.

여인은 한 손에는 날이 긴 호미를 들고, 그 반대편 옆구리에는 조그만 망태기를 끼고 있다. 흰 누비 수건을 눌러쓴 머리, 말아 올린 저고리 소매, 허리춤에 질러 넣은 치마자락, 무릎까지 걷어올린 속바지와 그 아래로 드러난 튼실한 종아리, 그리고 들메를 한 짚신발 등 전형적인 농촌 아낙네의 모습을 하고있다.

여인은 나물을 캐다 문득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고 있으며 일체의 배경은 생략되어 있다. 뒤돌아선 여인 모습과 생략된 배경은 갖가지 상상과 미묘한 심리적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떠한가?

雨苗風葉綠董董, 纖手靑絲出漢宮, 滿眼蒼生總如此, 忍看塗抹畵圖中.

비 젖은 싹 바람맞은 잎 초록이 무성한데, 고운 손 검푸른 머리 한궁에서 나온다. 눈앞 가득 만물이 모두 이럴진대, 차마 그림 속에서 칠하고 바른 것으로만 보겠는가.

원나라 문인 소관(蕭貫)의 글을 자하(紫霞) 신위(申緯)가 인용한 협롱채춘의 시제를 보면, 분명 신선한 봄의 흥취 앞에 선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련만,

머리에 단단히 묶은 수건, 야무지게 들고 있는 날 선 호미, 씩씩한 옷 갖춤, 단단한 종아리 근육 등 어떤 힘겨움을 견뎌낸 우리의 어머니이자 누이임에 분명하다.

지금의 우리는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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