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윌리엄호가스, 당세풍의결혼, 1744

풍선(balloon) 2023. 5.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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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신가?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으로 이룬 결혼' 이란 18세기 말경, 로코코시대 유럽에서 시작된 대단히 새로운 현상에 속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서로에게 매료되어 결혼하는 '신선한 과정을 그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1813년 작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사회에서 결혼은 두 사람의 애정 어린 만남이 아니라 두 집안이 유무형의 재산을 교환하는 정략적 동맹인 것이 사실이다.

여섯 점의 회화로 이루어진 '당세풍의 결혼' 시리즈는, 18세기 말 영국 사회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그림으로 윌리엄 호가스 William Hogarth의 대표작이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던 정략결혼의 폐해를 마치 연극 무대가 펼쳐지듯 흥미진진하게 여섯 점의 그림으로 연결하여 그려 보였다.

'Marriage a la Mode' 시리즈의 첫 장면.

양가의 가장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거래가 한창이다. 풍채 좋은 스퀀더필드
(squander는 돈을 낭비한다는 뜻이다) 백작이 정복왕 윌리엄으로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가문의 족보를 호기롭게 펼쳐 보이지만 통풍으로 못쓰게 된 그의 오른발은 이미 가세가 기울 대로 기울었음을 증명한다.

맞은편에 앉아 혼인계약서를 손에 쥐고 있는 상인은 딸을 백작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한 지참금으로 테이블 가득 금화를 쏟아 놓았다.

창밖으로는 짓다만 대저택이 보인다. 백작은 상인에게 받는 돈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저택 건축을 마무리할 것이다. 이렇게 부유한 상인과 몰락한 귀족은 자식들을 매개로 각자 간절히 원하던 것, 즉 돈과 명예를 맞바꿨다.

그런데 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화려하게 치장한 예비 신랑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 살피기에 여념이 없고, 불안한 듯 약혼반지를 손수건에 끼워 넣고 이리 저리 움직이는 신붓감은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변호사에게 귀를 기울인다.

실버텅, '은으로 만든 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젊은 변호사는 신부에 대한 욕망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연신 긴 연필을 뾰족하게 깎으며 이름 그대로 달콤한 말을 건네고 있다.

예비 신랑과 예비 신부 사이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섬뜩한 메두사 그림이 다가올 불행을 예고하는 듯하다.

어떠한가?

윌리엄 호가스의 “당세풍의 결혼' 시리즈는 탐욕으로 시작된 이 결혼이 결국 불륜과 패행을 거쳐 치정 살인과 패가망신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의 남편은 이후 매춘을 일삼았고 부인은 결국 변호사와 눈이 맞았다. 불륜 장면을 들킨 변호사가 남편을 살해했고 변호사는 교수형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부인은 몸이 성치 않은 어린아이를 두고 자살했고 그 와중에 아비는 죽은 딸의 결혼반지를 챙겼다.

우리네 사랑이 순애보와 백마탄 왕자처럼 그려지기를 바라지만, 그 현실은 녹녹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지 않던가?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세기의 결혼이라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들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찌보면 사랑으로 만난 남녀가 결혼해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일, 그 흔한 인간사가 그렇게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평범함이 놀라운 기적이다.

단지내 개구리 소리로 계절이 여름으로 옮겨감을 알리고 있는 이 주말밤,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함께하고 있다면 그것이 기적 아닐까?

https://youtu.be/hlY9htPyT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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