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디아스포라,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
샤갈의 그림 속 바이올린 선율은 실제로 듣는 듯한 착각을 느낄만큼, 그림과 바이올린의 선율이 조화를 이룬다.
예술에 있어,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압도적이고, 특히 바이올린 부분에 있어서는 유대인들을 제외하고는 금세기 바이올린의 역사를 서술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전설적인 연주자, 하이펠츠를 필두로 이작 펄만, 핀커스 쥬커만, 아이작 스턴, 죠수아벨・・・・・・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거장들이 모두 유대인이다.
그만큼 바이올린은 유대인의 출생, 결혼, 제사 등 관혼상제 때마다 즐겨 연주되는, 유대인들에게는 매우 각별한 악기이다. 아마도 나라를 잃고 오랜 세월 동안 떠돌아다니던 한많은 그들의 역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나라를 잃고 유랑하던 유대인들에게 바이올린은 휴대하기에 간편하고, 그들의 한을 담아내기에 너무나 적절한 소리를 내는 악기였을 뿐만 아니라 슬픔을 해소할 만한 경쾌한 음을 표현하기에도 좋은 악기였던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의 정서를 증명이라도 하듯 샤갈, 그가 그린 대부분의 그림에는 한구석에라도 바이올리니스트나 바이올린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나의 그림들은 내가 지닌 내면의 이미지를 늘어 놓은 것이다' 라는 그의 말에 비춰볼 때, 바이올린이 그의 내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만하다.
어떠한가?
샤갈의 그림은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다. 사람들은 공중을 떠다니거나 거꾸로 서 있기도 한다.
그의 캔버스에는 러시아의 작은 마을, 비테프스크의 풍경과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샤갈이라는 한 개인이 품었던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들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듯하다. 그의 그림은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이하며, 때로는 한없이 따뜻하다.
어떠한가?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미술사조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 마을 풍경, 농촌의 정경, 유대인 의식 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그것들과 조화시켜 독자성을 구축하였다.
그가 파리에서 활동할 당시 입체파와 초현실주의가 성행하고 있었고 그는 그 영향을 받았다. 이 그림에서 지붕 위로 올라선 거대한 크기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바로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말해주며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입체파의 영향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들의 그룹에 합류하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입체파 화가도 초현실주의 화가도 아닌 그저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시킨 샤갈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가?
디아스포라ᆢ
샤갈은 러시아 제국과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유대인으로서 이방인이었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베를린, 파리, 뉴욕 등지로 끝없이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도, 그리고 망명지에서도 늘 이방인이었다.
당신은 지금 어느곳에 있는가?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Le Violoniste),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913년 / 유화/ 188 x158 cm / 네덜란드 암 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소장

#오늘의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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