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빈첸초 카무치니, 카이사르의 죽음, 1798

풍선(balloon) 2023. 11. 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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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죽음을
누가 무엇으로 기억할 것인가?

기원전 44년,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와 원로원 의원들이 휘두른 칼에 23번 찔려 암살당한 카이사르의 시신은 포로 로마노 한가운데서 화장되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후 7일 동안이나 로마의 밤하늘에는 긴 꼬리를 드리운 유성이 나타났는데, 로마 시민들은 그것이 카이사르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라 믿었다.

카이사르의 양아들이자 장차 로마 제국을 창건하게 되는 옥타비아누스는 그 유성 아래에서 자신이 다시 태어났다는 유명한 연설을 남겨,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우주적인 사건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대권에 뜻을 품은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31년에 경쟁자였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을 악티움 해전에서 물리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다음,

기원전 29년에 카이사르 신전을 준공했다.

이 신전 앞에는 공공 연설을 할 수 있는 장소인 로스트라Rostra를 갖추고 있었고, 그 기단에는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 때 파괴시킨 적군의 선박 일부를 전시해놓았다. 그러니까 카이사르의 신전은 신격화된 양아버지를 위한 건물인 동시에 새로운 제국의 시작을 알리는 양아들의 정치적 무대이기도 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의 로스트라가 원로원 건물 앞에 있었다면, 로마 제국 시대를 위한 로스트라는 율리우스 가문의 신전 앞에 있다는 암시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로스트라(연단)에서 최초로 연설한 사람은 옥타비아누스가 아닌, 카이사르를 암살했던 브루투스와 암살자들에 대한 처벌을 주장했던 안토니우스이다.

어떠한가?

셰익스피어는 연극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iar>을 인용해본다.

로스트라 위에 올라선 브루투스는 자신의 암살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지 결코 사사로운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로마 시민들과 안토니우스 앞에서 자신들이 거사를 치른 이유에 대해 감동적인 연설을 펼친다.

이 모임 가운데 누군가, 시저와 절친한 누군가 있다면 난 그에게 말하겠소. 브루투스의 시저 사랑도 그에 못지않았다고. 그런데 그 친구가 브루투스는 왜 시저에게 반기를 들었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이렇소. 내가 시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오.

여러분은 시저가 죽고 모두들 자유인으로 살기보다 차라리 시저가 살아 있고 모두들 노예로 죽고 싶소?

시저가 나를 사랑하였기에 난 그를 위해 울고, 그가 운이 좋았기에 기뻐하며 그가 용감하였기에 존경합니다. 하지만 그가 야심을 품었기에 난 그를 살해했습니다.

그의 사랑 때문에 눈물이 있고, 그의 행운때문에 기쁨이, 그의 용기 때문에 존경이, 그리고 그의 야심 때문에 죽음이 있습니다.

어떠한가?

브루투스의 추도연설이 끝난 다음 로스트라에 오른 안토니우스도 놀라운 수사를 구사하면서 로마 시민들을 자극한다.

그는 카이사르의 최측근으로 그의 경호를 책임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관 안토니우스는 상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연단에 올라야만 했다.

그는 왁스로 만들어진 카이사르의 흉상을 보여주고, 23번이나 칼에 찔리면서 갈기갈기 찢어진 피 묻은 토가 Toga 를 보여준다.

그래도 로마시민들에게 기대했던 동요가 일어나지 않자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자신에게 남긴 유서를 보여주는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

이것이 시저의 도장 찍힌 유언이오.
모든 로마 시민각에게 75드라크마의 은화를 주라고 전합니다.

어떠한가?

로마 시민들은 카이사르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은 75드라크마를 유산으로 남겼다는 내용을 듣고 격분하여 소리치게 된다.

"카이사르 만세!"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를 처단하라!"
"저 놈, 죽여라!"

결국 브루투스는 카이사르 신전 앞에서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로마에서 탈출했고,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추격을 받다가 필립포에서 자결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어떠한가?
이천여년전 카이사르를 기억하는가?

당신의 죽음을
누가 무엇으로 기억할 것인가?

#빈첸초카무치니, 1798년,  ‘카이사르의 죽음(The Death of Julius Cae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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