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러시아에서 태어나 파리에 진출, 프랑스로 귀화한 화가 유대인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은 파리에서의 1911년 작품, '묘화(描畵)의 대상을 러시아에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파리는 그 위에 빛깔을 주었던 것이다"라고 샤갈은 말하였는데, 파리에서 제작된 이 그림에도 작가의 고향의 추억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
어떠한가?
유소년기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깃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지금같은 추석연휴에는 더욱이다.
일제강점기 1936년 시인 백석은 "고향(故鄕)'이라는 시를 통하여, 타향에서 몹시 아픈 어느날, 치료받으러 방문한 의원이 고향의 아버지 친구임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그 손길의 따스함으로 아팠던 곳이 나았음을 고백한다.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나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어떠한가?
때마침 들려온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고. 1952년 즉위하여, 향년 96세로 서거한 영국 근현대사 70년의 역사.
굿바이, 엘리자베스.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그 고향에는 누가 있습니까?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1911. Oil on canvas. 191 x 150.5 cm.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NY,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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