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에글랑틴 무용단, 1896

풍선(balloon) 2024. 11. 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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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백여년전 몽마르트르,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지역이어서 땅값이 쌌고 주류세도 붙지 않았죠. 그렇다 보니 가난한 사람, 부랑자, 장애인들이 모 두 몽마르트르로 모여들었습니다.

늘 귀족 사회에서만 지내던 로트레크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그는 이곳에서 난생처음 자유를 느낍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외모였던 귀족 사회와 달리 최하층민들이 모인 몽마르트르에서는 아무도 로트레크의 몸에 관심을 갖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이라고 생각하고, 거의 물랭루주에 살다시피 하면서 그곳의 댄서들을 모두 그렸습니다.

그가 포스터를 그린 첫번째 목적은 포스터 주인공들을 유명해지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로트레크는 작가들의 뮤즈가 되어주면서도 천대받던 댄서들의 이름을 포스터에 넣었고, 개개인의 특징을 발견해 이를 부각합니다.

잔 아브릴은 로트레크가 포스터에 그린 인물틀 중 가장 큰 수혜자 입니다. 그녀는 다른 댄서들에 비해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특히 캉캉춤을 출 때 다리가 제일 높게 올라갔습니다. 포스터에서 과장된 동작을 하고 있는 맨 뒤의 여성이 바로 잔이지요. 그녀의 이름은 순식간에 대중들 사이에 알려집니다.

"이 포스터 좀 봐. 여기 이 댄서 이름이
잔 아브릴인데 다리가 저렇게 높이 올라간대! 한번 보러 가자!"

어떠한가요?

단순하게 표현된 로트레크의 포스터 속 인물들은 전혀 미화되지 않았죠. 여기에는 화가로서 로트레크가 가진 명확한 신념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보는 이 세상을 절대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그리지않겠어.' 이렇다 보니 그의 그림은 늘 호불호가 강했고, 기껏 작품을 그려 주고도 갈등을 빛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1901년 3월, 로트레크에게 첫번째 하반신 마비가 찾아옵니다. 다행히 병세는 완화됐지만, 죽음을 직감한 그는 아틀리에에 틀어박혀 미완성작들을 하나씩 완성해 나갑니다.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집니다.

불길한 예감은 빗겨가지 않아서,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반신불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로트레크를 평생 사랑했던 어머니가 이때 다시 등장합니다. 어머니는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집으로 데려가 끝까지 간호하지요. 로트레크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어머니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눈을 감는데, 이때 그의 나이는 서른일곱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작품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모두 고향 알비에 기증합니다. 이후 1922년, 알비에 률루즈 로트레크 미술관이 지어졌고 오늘날까지 그의 작품이 남아있으니 어머니의 소원은 이루어진 것 같네요.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몽마르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장애가 있었지만 물랭루주의 작은 거인이었다.'

그는 이렇게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조금이라도, 단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고 말했죠. 로트레크는 최상층과 최하층의 인생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인간의 모든 추함을 지켜봤습니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최하층민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거장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어떠한가?

평생 고통을 받으면서도 평범한 일상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꾸밈없이 그려낸 로트레크.

당신이라면 평생을 장애라는 고통과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속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꾸밈없이 그려낼 수 있을까?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알아채는 것,
그리고 삶 자체를 만끽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앙리드툴루즈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에글랑틴 무용단 La Troupe de Mademoiselle Eglantine,
1896 석판화 Lithograph on paper 59 x 78.5 cm #에글랑틴무용단 은 캉캉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인기 무용수였던 에글랑틴 드메이와 물랑루즈 출신이었던 세 명의 무용수가 함께 창단한 4인조 무용단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속 무용수는 왼쪽부터 제인 아브릴, 클레오파트라, 에글랑틴 드메이, 가젤이다. 무용단의 영국 투어공연에 대한 홍보 포스터 제작을 의뢰 받은 로트렉은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 구성을 통해 무용수들의 격렬한 동작을 생생하게 담아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이면까지도 다층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이각 인물들의 어둡고 냉랭해 보이는 표정이다. 이는 영국 투어 중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경쟁의식 심리를 반영한 것이며, 로트렉은 이러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툴루즈로트렉
#몽마르트의별 #물랭루즈
#프랑스아르누보
#내가사랑한화가들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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