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폴고갱, 노아노아, 1895

풍선(balloon) 2024. 5. 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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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꿈과 이상을 좇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윌리엄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달과 6펜스 Moon and Sixpence』(1919)는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런던 출신의 증권 중개인으로 등장하는 40대 중산층 남성 찰스 스트릭랜드는 오로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홀로 타지로 떠난다.

예술 활동에 몰두하기로 다짐한 그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편지 한 장만을 남기는데, 스트릭랜드의 돌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부인은 이 모든 소동이 여자 문제일 거라 단정 짓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낙담한 부인을 대신해 스트릭랜드를 회유하는 화자와 그의 대화는 간결하나 꽤나 인상적이다.

"아주 몰인정하군요.""그런가 보오.”"전혀 창피하지도 않고."“창피할 것 없소."“세상 사람들이 아주 비열하다고 생각할 겁니다.”“그러라지요."

그 어떤 추궁과 책망에도 '나는 예술이 아니면 관심 없소'라는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스트릭랜드는 다소 비인간적이고 이해할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림을 그려야한다'로 귀결되는 그의 간절하고 확고한 태도에 어느새 동조되어 그를 마냥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게 된다.

예술이 화려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스트릭랜드의 예술을 향한 외사랑이야말로 조건 없는 사랑의 표본이지 않은가?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해도, 다 버려도 좋을 만큼 예술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그에게는 더 중요했을 뿐이다.

야심차게 떠났던 여정의 끝은 소설 속 스트릭랜드의 인생에서도 실제 고갱의 삶에서도 화려하지 않았다.

고갱이 말하는 '원시적 아름다움'은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해 인정받지 못했고,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그림과 목판을 제작하며 관람객들을 이해시켜야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타인에게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은 썩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갱이 자신의 아내에게 쓴 편지나 절친한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종종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가의 고충을 토로한 흔적이 발견된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그는 가정을 완전히 등지지 않았으며, 화가로서의 명예욕은 물론이고 돈의 중요성 또한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르티니크에 머물었을 당시 그는 동료 슈페네커에게 "내 그림은 40~50프랑에 팔아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그림들도 싼값에 팔아주게. 그렇지 않으면 난 여기서 개처럼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네"라며 절절한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그의 아내에게는 종종 자식들의 안부를 물으며 돈을 부치고,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씁쓸한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파리로 돌아간 고갱은 자신이 타히티에서 썼던 수기와 삽화를 엮어 『노아노아Noa Noa』라는 책을 완성하는데, 이 수필본 또한 자신의 그림을 뒤랑 뤼엘 갤러리 Durant-Ruel Gallery에 전시하기에 앞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니, 그가 작품 판매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어떠한가?

붓과 캔버스만 들고
문명을 등지고 떠난
어느 화가의 이야기,

낭만적인 고갱의 신화가 만들어낸 편견은 결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고갱의 일화를 통해 비로소 바로 잡힌다.

작품의 소재가 무엇이든 화가의 화풍이 또렷한 특징으로 기억되고 고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어떠한가?
진정한 순수함이란 무엇일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며 여생을 보냈던 고갱이지만, 어쩌면 그가 찾던 순수함은 무언가로부터 깊게 영향받기 이전의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달과 6펜스'라는 소설 제목에서 '달'은 예술가의 이상을 나타내고, '6펜스'는 사회 물질적인 돈을 의미한다.

어떠한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 있음에도
결국 꿈을 택한 화가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결코 낭만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19세기말, 세상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의 속도보다 빠르게 변했었고, 당시 세상의 주류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화가의 실제 삶,
그리고 처절한 현실로인함일 것이다.

마음이 소금밭이다.

어떠한가?
당신에게 꿈과 이상을 좇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폴고갱 PAUL GAUGUIN. Noa Noa (Fragrant, Fragrant).1895. Woodcut printed in yellow, yellow-brown, red and black by Louis Roy. Height: 35.60 mm (1.40 in); Width: 20.50 mm (0.80 in).

#이건희컬렉션 #이윤정
#폴고갱 #타히티 #노아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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