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니콜라이 야로센코, 삶은 어디에나, 1888

풍선(balloon) 2026. 1. 3. 15:03
728x90
반응형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사람은 사랑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존재하는 사랑 때문에 행복해진다. 그러므로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러시아 대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이반 크람스코이가 세상을 달리한 후 이동파를 이끌어간 실질적 리더로, 톨스토이의 사상에 심취하고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감동을 받아 이 그림을 그린다.

19세기 말엽 러시아에는 현실의 불합리를 견디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황제의 압제에 반대해 민중운동을 한다. 그러다 체포되면 정치범이란 죄명을 안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났다. 당시 시베리아는 죽음의 땅으로 영하 50도 이하의 날씨에 제반 시설 하나 없는 곳이어서 사람이 정착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림의 열차 안에 있는 가족들 또한 죽음의 땅을 향해 다가가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투쟁으로 헌신한 남편의 수형 길을 아내와 자식은 함께한다. 그때 많은 가족들이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남편과 동행해 생사를 같이 했으며, 그런 여인들의 희생을 러시아를 수호하는 성모 마리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림 속 여인도 러시아 이콘에 나오는 마리아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미래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향하는 그림 속 그들이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수형 열차가 잠깐 간이역에 정차한 사이 아이와 가족은 밝은 햇살을 즐긴다. 엄마는 하루 식량으로 쓰기에도 부족한 빵 한 조각을 떼어내 아이에게 비둘기 먹이 주는 것을 가르치며 나눔의 아름다움을, 생명의 귀함을,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알려준다.

이렇게 야로센코는 2차원의 화폭을 통해 죽음을 앞둔 혁명가들의 열차 안에도 삶과 생명이 있음을, 그리고 사랑의 실천이 있음을
빵 조각을 나눠 주는 아이의 고사리 손을 통해 일깨워 준다. 미소 짓는 아기의 천진한 얼굴에서 순수의 절대 정의를 읽을 수 있으며, 혹한의 현실 앞에도 굴하지 않고 찰나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러시아 지식인들의 풍요로운 영혼을 보여 주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어떠한가?

작가는 고백한다. 만약 이 그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작가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서른 살의 문맹인, 남편이 공부하러 학교에 가면 나는 하루 종일 딸아이와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야 했고, 러시아말을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암흑 같은 시간 속에 정말 힘들었다고,

너무 지쳐 한국으로 돌아가 버릴까 고민하던 시절에 우연히 들른 트레챠코프 미술관에서 만난 아름다운 빛! 이 작품 앞에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강한 힘을 느끼게 되었다.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그림 속 사람들에게서 나와 같은 처지인가 하며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좁은 창문을 통해 비둘기에게 먹이를 나눠 주며 행복해하는 그들의 성스러운 모습에 말로는 표현할 수없는 무엇을 느꼈다고 전한다.

어떠한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지만,
점점더 세상은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낙심과 절망에 빠져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만약 당신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의 마음에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사랑'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니콜라이 야로센코(1846-1898), <삶은 어디에나>, 1888년, 캔버스에 유채,  212 106cm, 트레챠코프미술관, 모스크바.

#니콜라이야로센코 #삶은어디에나
#우리가몰랐던러시아그림이야기 #김희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