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전도(金剛全圖),
정선이 59살 되는 해에 그린 것으로 마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 봄) 형식과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원형(태극) 구도를 활용하여 그렸다. 내금강의 실경을 수묵담채로 그렸으며 크기는 가로 94㎝, 세로 130㎝이다. 전체적으로 원형구도를 이루고 있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이다.
눈덮인 봉우리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긋는 수직준법을 이용하여 거칠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이와 함께 위쪽에는 비로봉이 우뚝 솟아 있으며, 화면 중심으로는 만폭동 계곡이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르고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메마른 느낌의 봉우리들과는 대조적으로 왼편에는 무성한 숲을 이룬 부드러운 토산이 놓여 있는데, 이는 붓을 옆으로 눕혀 점을 찍는 방식으로 나타내었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그림의 제목과 함께 그림에 대한 감상이 적혀 있다.
萬二千峯皆骨山,
일만이천봉의 개골산을
何人用意寫眞顔.
누가 마음으로 진면목을 그릴 수 있을까?
衆香浮動扶桑外,
뭇 향기는 부상(扶桑)밖에 떠서 움직이고
積氣雄蟠世界間.
그 쌓인 기운은 온 누리에 웅장하게 서려있네.
幾朶芙蓉揚素彩,
몇 떨기 연꽃은 뽀얀 색채를 드날리고,
半林松柏隱玄關.
반쪽 숲 송백은 숲은 선사(禪寺)를 가렸네.
縱令脚踏須今遍,
발로 걷는다 할지라도 두루 다녀야 하니,
爭似枕邊看不慳.
어찌 머리맡에 두고서 마음껏 보는 것과 같으리오.
조선왕조 5백년,
산수화 대가 중에서 조선초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안견이라면,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는 정선이다. 안견이 북종화(北宗畵)를 수용해 높은 경지의 이상적 산수화를 구현했다면, 정선은 남종화(南宗畵)를 받아들여 독보적인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창조했다.
중국 화본을 바탕으로 했지만 관념산수의 답습이 아니라 조선의 실제 산천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것이다.
겸재는 영조의 각별한 총애를 받았다. 영조는 세제 시절 겸재에게 그림을 배웠다. 왕이 되어서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항상 '겸재'라면서 귀하게 대했다. 영조는 정선보다 18년 연하였지만 83세까지 장수하면서 정선과 6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했다. 또한 왕은 겸재가 화업(畵業)을 이루도록 산수가 빼어난 지역의 지방관으로 나갈 수 있게 극진히 배려했다.
어떠한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
조선의 선비들은 금강산이 불교성이 짙다고 해서 봉래산이라고 따로 불렀다. 봉래산은 신선들이 사는 전설 속의 공간이다. 당시 신선은 선비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니까 금강산을 불교의 정토나 극락세상이 아닌 신선세계, 이상세계로 인식한 것이다.
금강은 불교용어이지만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사물을 뜻한다. 또한 전도(全圖)는 전모를 그린 그림, 혹은 완벽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금강(金剛)과 전도(全圖)를 결합하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금강산 그림’, 혹은 ‘완벽한 이상세계를 그린 그림’이 된다.
금강산은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비롯하여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100개나 넘게 가진 산이다. 금강산은 사계절마다 각기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불린다.
겸재 정선이 활동하던 18세기에도 금강산은 명산 중에 명산이며 최고의 관광지였다. 당시에는 금강산을 여행하고 기록을 남기는 기행문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겸재 정선은 1711년 36세의 나이로 금강산을 처음 오른 후 그의 인생에서 총 3번 금강산을 방문했다. 그의 친구 사천 이병연과 함께 나귀를 타고 방문하여 약 한 달간 금강산을 여행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은 실제의 풍경에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조선사람이라는 자아의식을 녹여내 조선의 풍경을 담은 진경 산수화를 완성했다. 중국의 명산이 아닌 조선의 명산, 금강산을 화폭에 옮긴 겸재 정선은 100여 점이 넘는 금강산 그림을 남겼다.
어떠한가?
금강산을 소재로 30년가까이 100개가 넘는 작품을 그렸다니, 그 집념으로인하여 지금의 우리가 국보급 문화재를 선물받게되었음에 감사할따름이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가?
노력에 의한 것인가?
지금은 찾아가 볼 수는 없는 곳,
금강산.
300여년전 금강전도의 원본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가지고 이 봄, 호암미술관을 들려봄은 어떠한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금강전도, 정선, 종이에 수묵 담채, 130.7*94.1, 1734, 국보 217호, 호암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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